생활법률

전세보증금 못 받았다고 다 사기일까

보증금 미반환은 민사, 사기죄는 형사다. 이 경계를 알아야 대응 방향이 달라진다.

읽는 시간 2오승준 변호사 자문

계약 만기가 지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연락은 끊기고, 알고 보니 같은 건물 세입자 여럿이 같은 처지다. 이때 많은 사람이 먼저 떠올리는 말이 "이건 전세사기"다. 그러나 돈을 못 받은 사실만으로 형사상 사기죄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보증금 미반환과 사기죄는 다른 문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은 원칙적으로 민사 문제다. 계약대로 이행되지 않았으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다. 반면 사기죄(형법상 재산범죄)는 훨씬 무거운 요건을 요구한다.

핵심은 '기망'과 '고의'다. 판례는 계약 당시 이미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면서 이를 속이고 계약을 맺은 경우에 사기죄 성립 가능성을 본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히 사후에 경기 악화나 자금 사정으로 반환이 늦어진 것만으로는 사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즉 '갚지 못한 것'과 '처음부터 속인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층위다.

무엇으로 '처음부터'를 증명하나

그래서 실제 다툼은 계약 시점의 사정으로 모인다.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근저당이 잡혀 있었는지, 보증금이 집값을 초과하는 이른바 '깡통' 구조였는지, 여러 세입자에게 동시에 감당 못 할 보증금을 받았는지 같은 정황이 판단 근거가 된다.

다만 이런 정황이 있다고 형사 처벌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사기죄 성립 여부는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며, 형사 고소와 별개로 보증금 회수라는 민사적 목표는 스스로 챙겨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순서를 나눠 움직이는 것이 낫다. 첫째, 계약이 끝났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한 뒤 이사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냥 나가면 순위를 잃을 수 있다. 둘째,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요구하고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준비한다. 셋째, 형사 고소를 병행할 때는 계약 당시의 등기부, 집주인의 다른 채무·세입자 현황 등 '처음부터 속였다'를 뒷받침할 자료를 함께 모은다. 민사와 형사는 목적도 절차도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면 대응이 훨씬 선명해진다.

#전세사기#보증금반환#임대차#사기죄#임차권등기명령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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