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뱉은 막말, 어디부터 '모욕죄'인가
대법원이 즉흥적 욕설에 대한 국가형벌권 개입에 제동을 걸었다.
아파트 생활문화센터 회의실.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한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말을 던졌다.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 2022년 6월의 일이다. 1심과 2심은 모욕죄 유죄로 봤다. 그런데 대법원 형사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025년 5월 8일 이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5도3012).
모욕죄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
형법상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상대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을 말한다. 문제는 무례하거나 저속한 말이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표현이 상대를 불쾌하게 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이를 두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나온 거친 말과, 상대의 인격을 겨냥해 평가를 떨어뜨리려는 표현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적 감정 표출'에 형벌을 들이대는 문제
이번 판결의 핵심은 국가형벌권 개입의 신중함이다. 대법원은 일시적·즉흥적인 감정 표출이나 욕설에까지 형벌을 동원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말의 맥락,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의 정도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이는 어떤 욕설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말이라도 상황과 반복성, 표현의 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듣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사정만으로 모욕죄가 자동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 사건에서 드러났다.
그래서 어떻게
막말을 들었다고 해서 모두 형사 고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그 말이 단순한 무례·감정 표출인지, 아니면 상대의 사회적 평가를 겨냥한 모욕인지다. 고소를 고려한다면 발언의 정확한 내용, 맥락, 들은 사람의 존재 여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먼저다. 반대로 순간의 화를 못 이겨 거친 말이 나왔더라도, 반복되거나 인격을 정조준하는 표현으로 번지면 처벌 가능성은 커진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