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사진'만 보여줬다면 — 문서죄의 경계
타인 명의 주민등록증 이미지파일 제시는 주민등록법상 부정사용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남의 주민등록증 사진 한 장. 이걸 상대에게 전송하거나 화면으로 보여준 행위는 범죄일까. 대법원이 최근 이 물음에 답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월 23일, 타인 명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한 이미지파일을 휴대전화로 전송·제시한 행위는 주민등록법상 부정사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수강도 등 다른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은 그대로 확정됐다(2022도13861).
'증(證)'의 용법이 핵심이다
주민등록법 제37조 제8호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여기서 관건은 '주민등록증'이라는 물건 자체의 특정한 용법에 따른 행사가 있었느냐다.
주민등록증은 실물을 제시해 신원을 확인받는 방식으로 쓰이도록 만들어진 공적 증표다. 법이 보호하려는 건 바로 그 물건의 고유한 기능이다. 대법원은 이 점에 주목했다.
사진은 '증'이 아니다
촬영한 이미지파일은 주민등록증 실물이 아니라 그 형상을 담은 별개의 전자적 기록이다. 이를 전송하거나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은 주민등록증이라는 물건을 그 용법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미지파일의 전송·제시만으로는 제37조 제8호가 정한 부정사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판단의 골자다. 처벌 규정은 문언의 한계를 넘어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어떻게
이 판결이 '남의 신분증 사진을 돌려도 무죄'라는 뜻은 아니다. 사진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사용했느냐에 따라 사기·전자기록 위작·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다른 죄책이 문제 될 수 있다.
반대로, 타인 명의 사진 이용을 곧바로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몰아 수사·기소가 이뤄진 경우라면, 적용 법조가 행위 태양에 맞는지 다퉈볼 여지가 있다. 어떤 물건을 '그 용법대로' 썼는지가 처벌의 갈림길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만하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