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깨라 부추긴 제3자, 책임은 어디까지
계약 당사자가 아닌 사람도 파기를 종용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한 연예기획사가 소속 멤버가 아니라 그 멤버의 모친과 전직 대표를 함께 법정에 세웠다.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멤버인데, 소송의 화살은 계약서에 이름조차 없는 제3자를 향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11일 어도어가 소속 멤버 다니엘과 그의 모친, 민희진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회사는 민 전 대표가 사내이사의 충실의무를 어기고 멤버들에게 전속계약 파기를 종용했다고 주장했고, 민 전 대표 측은 멤버들의 자발적 결정이었다고 맞섰다.
계약서에 없는 사람도 책임질 수 있다
핵심은 '제3자 채권침해'라는 법리다. 계약은 원칙적으로 당사자끼리만 구속한다. 그러나 계약 밖의 사람이 고의로 계약 이행을 방해하거나 파기를 부추기면 불법행위(민법 750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 판례가 취해 온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문턱은 높다. 단순히 조언하거나 의견을 준 정도로는 부족하다. 위법성이 인정되려면 파기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는지, 부당한 목적이 있었는지, 수단이 사회통념을 벗어났는지 등을 함께 따진다. 결국 '자발적 결정을 도왔을 뿐'이냐 '깨라고 몰아갔느냐'의 사실관계 다툼으로 귀결된다.
이사의 충실의무라는 또 하나의 축
회사가 든 두 번째 근거는 상법 399조다. 이사는 회사에 손해가 가지 않도록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의무(충실의무)를 진다. 회사의 핵심 자산인 전속계약을 흔드는 행위를 했다면, 그 자체로 회사에 대한 임무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두 법리는 겨냥하는 지점이 다르다. 제3자 채권침해는 '외부인이 남의 계약을 깼다'는 데, 충실의무 위반은 '내부 임원이 회사를 배신했다'는 데 초점이 있다. 같은 행위라도 신분과 지위에 따라 책임의 성격이 갈린다.
그래서 어떻게
계약 분쟁에서 상대의 '뒤에 있는 사람'을 겨눌 때는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 그 제3자가 파기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는 구체적 정황(문자·회의록·지시 흔적)이다. 둘째, 그로 인해 실제 손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다. 반대로 종용 의혹을 받는 쪽은 '조언과 유도의 경계'를 입증할 기록을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하다. 승패는 결국 감정이 아니라 문서로 갈린다.
참고·출처
- 뉴진스 어도어 손해배상 소송 관련 기사 갈무리 · 더쿠(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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