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때리진 않고 폭언만 합니다, 이혼되나요
폭행이 없어도 '심히 부당한 대우'와 '혼인 파탄'에 해당하면 재판상 이혼은 가능하다. 갈림길은 욕의 세기가 아니라 몇 년의 생활이다.
- 폭행이 없어도 중대한 모욕·파탄이면 재판상 이혼은 가능하다.
- 반복·일방성·내용·결과 네 가지가 한 방향이면 인정 가능성이 높다.
- 짧은 녹음 여러 개와 진료기록을 날짜순으로 모아 두면 된다.
손을 댄 적은 없다. 대신 "머리가 그것밖에 안 되냐"는 말을 아침저녁으로 듣고, 아이 앞에서 말이 끊기는 일이 몇 년째 이어진다. 많은 이가 여기서 맞은 게 아니라서 이혼은 안 된다고 먼저 단념한다. 그러나 폭행이 없어도 재판상 이혼은 된다. 민법 제840조는 '심히 부당한 대우'(제3호)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제6호)를 이혼 원인으로 정하고, 폭언과 모욕은 둘 모두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모든 폭언이 해당하지는 않는다.
비슷해 보이는 두 부부, 결론은 반대
결혼 12년 차 부부가 있다. 남편은 몇 년째 매일 저녁 "네가 하는 일이 뭐 있냐", "밖에서 창피하다"고 한다. 생활비를 줄 때마다 영수증을 따지고, 아이들 앞에서도 아내의 말을 끊고 비웃는다. 아내는 2년 전부터 우울증 진료를 받고 있고, 휴대폰에는 1년 넘게 모은 녹음과 일기가 있다. 이런 사정이라면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다툼 중의 감정 표현을 넘어 인격을 꾸준히 깎아 온 것으로 평가되기 쉽기 때문이다.
결혼 5년 차 부부는 다르다. 남편은 싸울 때마다 "한심하다"고 소리치지만 아내도 같은 수위로 맞받는다. 다툼은 한 달에 한두 번, 싸운 뒤엔 화해하고 주말여행도 간다. 증거는 크게 싸운 날의 녹음 한 개뿐이다. 이 부부라면 통상의 부부 갈등으로 보고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거친 말이 오간 건 맞지만 혼인관계가 회복 불능으로 무너졌다고 보긴 어렵다.
왜 결론이 갈렸나 — 법원이 보는 네 가지
차이는 욕의 세기가 아니라 폭언이 놓인 구조에 있다. 법원이 들여다보는 지점은 대체로 넷이다. 첫째는 반복과 기간이다. 일상처럼 몇 년 이어졌는지, 다툴 때만 나왔는지를 본다. 둘째는 일방성이다. 한 사람이 쏟아냈는지, 서로 주고받았는지다. 셋째는 내용이다. 외모·학력·친정을 겨냥한 비하, 자녀 앞에서의 모욕, 생활비를 쥐고 하는 통제는 무겁게 본다. 넷째는 결과다. 진료 기록, 각방, 대화 단절이 여기 든다.
이 넷은 따로 매기는 점수가 아니다. 첫째 부부는 모두 한 방향을 가리켰고, 둘째 부부는 거의 반대쪽을 가리켰다. 욕설 없는 차가운 무시도 같은 틀이다. 몇 년간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가족 행사에서 없는 사람처럼 대했다면 파탄의 근거가 된다. 반대로 한 번의 심한 욕설은 그것만으로 부족할 때가 많다. 폭언 사건에서 법원이 묻는 것은 말 한마디가 아니라 몇 년의 생활이다.
3년 전 시작된 폭언이면 이미 늦었나요
민법 제842조는 제6호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그러나 법원은 폭언처럼 사유가 청구할 때까지 계속되고 있다면 이 기간을 적용하지 않는다. 제3호에는 이런 기간 규정이 따로 없다. 폭언이 이어지는 한 기간은 문제 되지 않고, 그동안 남긴 기록은 나중에도 판단 자료가 된다.
증거는 적법성부터 짚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가 금지하는 것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일이다. 내가 대화 당사자로서 남편과 나눈 말을 녹음하는 것은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집에 녹음기를 켜 두고 나간 사이 남편과 시어머니가 나눈 대화가 담겼다면 내가 빠진 대화여서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크게 싸운 날의 긴 녹음 하나보다 몇 달에 걸친 짧은 녹음 여러 개가 빈도와 기간을 보여 준다. 날짜가 적힌 일기, 문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을 함께 모으면 폭언이 실제로 생활을 무너뜨렸다는 점이 드러난다.
남편이 '쌍방 책임'·'이혼 거부'로 맞설 때
소장을 받은 남편은 대개 서로 싸운 것이라는 주장과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주장으로 맞선다.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유책주의). 다만 양쪽 모두 책임이 있으면 경중을 비교하고, 청구한 쪽의 책임이 더 무겁지 않다면 이혼을 인정한다. 오랜 폭언 끝에 아내가 몇 번 맞받은 말이 녹음돼 있어도 결론이 곧바로 뒤집히지는 않는다. 법원은 누가 먼저, 얼마나 자주, 무엇에 대한 반응으로 그 말을 했는지 흐름을 본다.
혼인 계속 의사는 법원이 고려하는 사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남편이 원하지 않아도 혼인이 객관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다면 제6호 이혼이 인정된다. 다만 아내에게도 부정행위 같은 별개의 책임이 있다면 비교 결과가 달라진다. 폭언에 "죽여 버리겠다"처럼 해악을 알리는 말이 섞였다면 협박죄(형법 제283조)로 형사 문제가 함께 생긴다.
그래서 어떻게 준비하나
맞은 적이 없다는 사실은 더는 이혼을 단념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남는 것은 그 말이 몇 년째, 한쪽에서만, 사람을 깎는 방식으로 이어졌는지다. 지금 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녹음은 편집하지 않은 원본을 따로 보관한다. 남편 쪽은 흔히 앞뒤를 잘라 냈다고 다툰다. 둘째, 휴대폰 녹음 목록의 날짜와 진료를 처음 받은 날을 나란히 놓아 본다. 폭언이 심해진 시기와 진료 시작 시기가 맞물리면 생활이 무너진 사실이 드러난다. 셋째, 소송은 조정을 먼저 거치는 것이 원칙인 사건이어서(가사소송법 제50조) 재판 중 조정기일이 잡히곤 하는데, 빨리 끝내려고 재산 문제를 덜 따진 채 동의하는 실수가 잦다. 폭언이 이혼 원인으로 인정되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843조, 제806조), 재산분할은 잘못의 유무와 별개로 혼인 중 함께 모은 재산의 기여도로 정한다.
자주 묻는 질문
폭언만 있고 때린 적은 없는데 이혼 사유가 되나요?
폭행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는 폭행·학대·중대한 모욕 중 하나면 되므로 인격을 깎는 폭언이 중대한 모욕에 이르면 해당합니다. 다만 다툼 중 한두 번의 거친 말로는 부족하고, 반복성·일방성·내용·결과가 함께 인정돼야 합니다.
남편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도 증거로 쓸 수 있나요?
내가 대화 당사자로 참여한 대화는 상대 동의 없이 녹음해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어서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자리에 없는 사이 타인끼리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위법이라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긴 녹음 하나보다 여러 날에 걸친 짧은 녹음이 빈도를 보여 줍니다.
남편이 이혼을 끝까지 거부하면 못 하나요?
상대가 거부해도 혼인이 객관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다면 제6호 사유로 이혼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혼인 계속 의사는 법원이 보는 여러 사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만 청구인에게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책임의 경중이 관건입니다.
Sources
- 남편이 때리진 않고 매일 폭언만 합니다, 이혼할 수 있을까요법무법인 그날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