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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로 산 노트북이 도난품, 나도 장물죄로 처벌받나

처벌을 가르는 것은 물건의 출처가 아니라, 돈을 건넨 그날 장물을 의심할 사정이 있었는지다.

자문변호사김정웅· 법무법인 정훈 대표변호사
Published — 2026.10.29읽는 시간 4분
At a Glance한눈에 보기
  • 처벌은 출처가 아니라 산 그날 장물을 의심할 사정이 있었는지로 갈린다.
  • 가격·구성품·계정 잠금·판매자 이력이 겹칠수록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 판매글·채팅·송금 기록을 원본 그대로 남기고 초기화 전에 조사에 임하라.

중고거래 앱으로 산 노트북을 몇 달째 잘 쓰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다. "구입하신 노트북이 도난품이라 장물취득 혐의로 조사가 필요하다." 값을 치르고 산 사람이 왜 조사를 받아야 하나. 핵심은 하나다. 장물취득죄는 살 때 그 물건이 훔친 물건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았어야 성립한다. 처벌 여부는 물건의 출처가 아니라, 돈을 건넨 그날 장물을 의심할 사정이 있었는지에 달려 있다.

장물취득죄는 '알고 산 사람'을 처벌한다

장물은 절도·강도·사기·횡령 같은 재산범죄로 얻은 물건 그 자체를 뜻한다. 훔친 노트북은 몇 사람의 손을 거쳐도 장물이고, 이를 돈을 주고 넘겨받는 행위가 장물취득이다. 형법 제362조 제1항은 장물을 취득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이 조문은 알고 산 사람을 처벌한다. 형법 제13조는 범죄를 이루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 장물취득에서 인식해야 할 사실은 물건이 재산범죄로 얻은 것이라는 점이다. 도난품을 샀다는 결과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

인식의 시점도 정해져 있다. 법원은 물건을 넘겨받는 순간을 기준으로 본다. 살 때는 몰랐다가 경찰 연락으로 처음 알았다면 장물취득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져야 할 날은 전화가 온 날이 아니라, 판매자에게 돈을 건넨 날이다.

시세보다 싸게 샀으면 장물죄인가요?

법원은 장물인 줄 확실히 알았는지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장물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서도 샀다면 그 정도의 인식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인식을 미필적 고의라고 부른다. "확실히는 몰랐다"는 말만으로 혐의를 벗기 어려운 이유다.

속마음은 볼 수 없으니 법원은 겉으로 드러난 사정에서 고의를 추론한다. 판례가 드는 기준은 물건을 가진 사람의 신분, 물건의 성질, 거래 대가, 그 밖의 거래 상황이다. 중고거래라면 판매자가 누구였는지, 물건 상태와 가격이 어땠는지, 어디서 주고받았는지를 본다.

시세보다 싸게 샀으니 곧 장물죄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다. 중고품은 원래 새 제품보다 싸고, 이사나 급전 때문에 서둘러 파는 사람도 많다. 가격은 여러 정황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싼 이유를 판매자가 어떻게 설명했는지와 함께 놓고 본다.

시세 120만 원 모델을 가정해 보자. A는 110만 원을 내고 박스·충전기를 갖춘 물건을 동네에서 직거래하며 판매자 본인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B는 40만 원을 냈고, 가입 이틀째 계정의 "급처, 현금만" 글을 보고 밤늦게 역 출구에서 만났다. 구성품은 없고, 바닥 스티커는 떼어졌으며, 이전 사용자의 계정 잠금까지 걸려 있었다. A는 의심할 단서가 없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B는 단서가 몇 겹으로 쌓여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고의가 없어도 끝이 아니다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도 적용될 수 있는 조문이 있다. 형법 제364조는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장물을 취득한 사람을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중고 매입을 업으로 하면 업무상 과실까지, 일반 매수인은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 책임을 진다. 중대한 과실이란 조금만 주의했어도 장물임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한 경우다.

산 뒤의 행동도 따로 따져진다. 살 때는 몰랐더라도 장물이라는 사실을 안 뒤 그 노트북을 다시 팔면, 법원은 이를 장물양도로 본다. 장물양도는 제362조 제1항의 형으로 처벌된다. 경찰 연락을 받은 뒤의 판단 하나가 새 혐의를 만드는 셈이다.

압수와 대금 문제도 남는다. 민법 제249조는 선의·무과실로 산 사람에게 소유권을 인정하지만, 도품은 제250조에 따라 피해자가 도난일부터 2년 안에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압수된 장물도 보통 피해자에게 돌아간다. 낸 돈은 수사로 특정된 판매자에게 청구할 수 있으나, 판매자에게 재산이 없으면 실제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할까

먼저 판매글·채팅·송금 내역을 원본 그대로 남긴다. 그날의 사정이 시간 순서대로 담겨 있어, 거래 경위를 설명하는 뼈대가 된다. 다만 채팅에 "출처는 묻지 마세요" 같은 문장이나, "훔친 건 아니죠?"라고 묻고도 답 없이 거래를 마친 기록이 있다면 몰랐다는 설명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이때는 다툼의 초점이 고의 유무보다 처분 수위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다.

출석 요구가 오면 통화로 길게 해명하기보다 날짜만 정하고, 자신이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 확인한다. 노트북은 대개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되는데, 제출 전에 초기화하면 거래 당시 상태를 확인할 수 없게 되니 주의한다. 피의자 조사에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으며(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면 진술이 엇갈린다.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보면 송치, 아니면 불송치한다. 불송치해도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간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혐의없음으로 끝나면 전과에 해당하는 범죄경력자료에는 오르지 않고, 수사경력자료만 남았다가 보존기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경찰의 그 전화가 알려 준 것은 물건의 출처였지, 내가 그날 무엇을 알았는지가 아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03

중고로 산 물건이 도난품인 줄 몰랐으면 처벌 안 되나요?

넘겨받는 순간 장물인 줄 전혀 몰랐다면 장물취득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장물일 수도 있겠다'고 의심하면서 샀다면 미필적 고의로 처벌될 수 있고, 몰랐더라도 조금만 주의했으면 알 수 있던 상황이라면 중과실 장물취득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장물 조사를 받으면 노트북과 낸 돈은 어떻게 되나요?

압수된 노트북은 도품이라면 대개 피해자에게 돌아갑니다. 낸 돈은 수사로 판매자가 특정되면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지만, 판매자에게 재산이 없으면 실제로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매나 상점에서 선의로 산 예외라면 피해자가 값을 변상해야 물건을 돌려받습니다.

경찰 조사부터 처분까지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출석, 물건 제출, 조사, 경찰 결정 순으로 대개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립니다. 혐의가 있으면 검찰에 송치되고, 없으면 불송치됩니다. 불송치해도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처분이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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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