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서 옆 차 긁고 떠났다, 뺑소니일까
빈 차만 긁고 떠났다면 특가법 도주가 아니라 20만원 이하 벌금 조항(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이 적용되고, 범칙금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 빈 차만 긁었다면 뺑소니 아닌 도로교통법상 범칙금 사안이다
- 상대 차에 사람·탑승 여부, 사고 인식 여부가 조항을 가른다
- 블랙박스로 운전석·충격·정차 여부 세 장면부터 확인하라
마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 옆 차를 스친 것 같았지만 그냥 나왔다.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경찰 전화가 온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뺑소니다. 그러나 상대 차 안에 사람이 없었고 그 차만 긁었다면, 적용되는 조항은 뺑소니가 아니다.
물피도주와 뺑소니는 조항부터 다르다
흔히 뺑소니라 부르는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의 도주차량 가중처벌이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한 운전자가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경우에만 적용된다. 다친 사람이 없는 주차 차량 손괴는 이 조항의 대상이 아니다. 경찰 연락을 받았다고 곧 뺑소니라는 생각은 출발점부터 어긋난다.
물피도주는 법률 용어가 아니다. 물건만 망가뜨린 사고를 내고 조치 없이 떠나는 일을 그렇게 부를 뿐이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즉시 정차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를 알리라고 정한다. 빈 차를 긁은 운전자에게 실제로 남는 의무는 내가 누구인지 알리는 일이다.
같은 물피도주라도 상대 차가 세워져 있었는지에 따라 조항이 갈린다. 도로교통법 제148조는 사고 후 조치를 하지 않은 운전자를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되,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의 인적 사항 미제공은 괄호로 빼 두었다. 그 행위를 처벌하는 조문이 제156조 제10호이고, 법정형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다. '그냥 떠났다'는 같은 행동에 법이 전혀 다른 값을 매긴 셈이다.
마트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라서 괜찮나요?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어서 도로교통법이 안 미친다는 생각은 틀렸다. 도로교통법은 제54조 제1항, 제148조, 제156조 제10호 등에 대해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고 정해 두었다. 주차 칸에서 차를 빼다 옆 차를 긁은 일도 차를 본래 용도대로 쓰던 중의 사고다. 사유지라거나 입구에 차단기가 있다는 사정은 이 조항들에서 따질 대상이 아니다.
피해 차주는 보통 자기 차 블랙박스나 CCTV로 번호판을 확인해 신고한다. 경찰은 그 번호로 소유자를 찾아 그 시각 누가 운전했는지부터 묻는다. 처벌 대상은 소유자가 아니라 실제 운전자이므로, 가족이 몰았다면 그 사실을 그대로 밝히면 된다.
살짝 스쳤으니 몰랐다고 하면 되나요?
사고 후 미조치는 사고 사실을 알고 떠났을 때 성립한다. 정말 몰랐다면 처벌할 수 없다. 다만 법원은 확실한 인식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부딪혔을지 모른다고 느끼고도 확인 없이 떠났다면 인식이 있었다고 보고, 이를 미필적 인식이라 한다.
그 인식은 말보다 흔적으로 판단된다. 접촉 순간 차체가 흔들렸는지, 긁히는 소리가 영상에 담겼는지, 두 차 흔적의 높이가 맞는지, 직후 잠깐 멈췄다 출발했는지가 쌓여 결론을 만든다. 범퍼 모서리가 스친 정도라 차 안에서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 영상으로 확인되면,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영상 속 내 차가 멈칫하는데도 전혀 몰랐다고 말하면 나머지 진술까지 믿기 어려워진다.
주의할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상대 차 안에 사람이 있었고 그가 다쳤다며 진단서를 내면, 사람이 다친 사고가 되어 제156조 제10호로 처리할 수 없다. 이때는 제148조, 나아가 특가법 제5조의3이 문제 된다. 다만 진단서 한 장으로 곧바로 뺑소니가 되지는 않는다. 법원은 상처가 극히 가벼워 따로 구호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이면 도주치상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그래서, 블랙박스부터 세 장면을 보라
수리비를 다 물어 줘도 범칙금을 받을 수 있다. 옆 차를 긁은 과실 손괴는 종합보험 가입이나 피해자 처벌불원이 있으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공소를 못 걸지만, 연락처 없이 떠난 행위는 제156조 제10호의 별개 위반이라 합의로 사라지지 않는다. 경찰 연락 전에 먼저 변상했어도 이미 떠난 사실은 되돌릴 수 없으나, 숨길 뜻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읽힐 여지는 있다.
이후 흐름은 대체로 운전자 조사, 범칙금 통고서 발부 순이다. 통고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내야 하고, 넘기면 20% 가산된 금액을 20일 이내에 내야 한다. 그래도 안 내면 즉결심판으로 넘어간다. 범칙금을 내면 그 행위로는 다시 처벌받지 않고, 통고처분은 형벌이 아니라 전과가 남지 않는다. 다만 민사상 배상 책임은 별개로 남는다.
그날 영상을 다시 틀 때는 세 장면만 보면 된다. 상대 차 운전석이 비어 있었는지, 긁는 순간 흔들림이나 소리가 있었는지, 상대 차가 서 있었는지다. 이 셋을 대어 보면 지금 받은 연락이 범칙금 선에서 끝날 일인지 스스로 가늠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수리비를 전부 물어 주면 처벌도 없어지나요?
두 행위를 나눠 봐야 합니다. 옆 차를 긁은 과실 손괴는 보험 가입이나 피해자 처벌불원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떠난 행위는 별개 위반이라 변상이나 합의만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리비를 다 내고도 범칙금 통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범칙금을 내면 전과가 남나요?
통고처분은 법원이 선고하는 형벌이 아니라서 범칙금을 냈다고 전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벌금형과 다릅니다. 다만 사고를 몰랐다는 주장을 끝까지 다투려면 범칙금을 내지 않고 즉결심판에서 다툴 수 있고, 그 결과에 불복하면 7일 이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 차에 사람이 타고 있었으면 어떻게 되나요?
탑승자가 다쳐 진단서를 내면 사람이 다친 사고가 되어 범칙금 조항을 적용할 수 없고, 사고 후 미조치나 도주치상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처가 극히 가벼워 구호가 필요 없었다고 보이면 법원이 도주치상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충격 세기와 진단 내용, 직후 피해자 움직임이 판단 재료가 됩니다.
Sources
- 마트 주차장에서 세워 둔 차를 긁고 떠났다면 뺑소니인지법무법인 양영&정훈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