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게 불이 옆집까지 — 임차인은 어디까지 무나
임차 부분과 임차 외 부분은 증명책임이 다르다. 이 한 줄이 배상 규모를 가른다.
작은 상가에서 불이 났다. 발화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불은 내가 빌린 점포를 태우고 위층과 옆 점포까지 번졌다. 임차인은 자기 가게 손해만 감당하면 될까, 아니면 건물 전체를 물어내야 할까. 답은 '어느 부분이냐'에 따라 갈린다.
임차 부분과 임차 외 부분, 증명책임이 다르다
201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6895, 86901)은 화재로 인한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두 영역으로 나눴다. 임차인이 빌려 쓴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바깥의 '임차 외 건물 부분'이다.
임차 부분은 임차인이 보존·반환 의무를 지는 공간이다. 이 부분이 불탔다면, 임차인이 '자신에게 잘못이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책임을 면한다. 반면 임차 외 부분에 대한 손해는 임대인 측이 임차인의 잘못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증명 부담이 임차인에게서 임대인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발화 원인이 불분명한 화재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차이는 크다. 원인을 못 밝히면, 임차 외 부분은 임차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 방향으로 기운다.
임대인 측이 꺼내든 새 카드
이 판결 이후 임차 외 부분의 책임을 임차인에게 인정한 사례는 찾기 어려워졌다. 그러자 임대인이나 보험금을 대신 물어준 보험자가 다른 근거를 든다. 민법 제758조 공작물 책임이다.
이는 '건물 같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어 손해가 났다면 점유자·소유자가 배상한다'는 조항이다.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임차인이 점유자로서 공작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다. 다만 이 주장이 통하려면 하자의 존재와 인과관계가 별도로 증명돼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화재가 나면 원인 규명 자료부터 확보해야 한다. 소방·감식 결과, 전기 설비 점검 이력, 임대차계약서의 원상회복·수선 책임 조항이 승패를 가른다. 어느 부분이 임차 범위인지도 계약서로 명확히 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무엇보다 화재보험 가입 여부와 보상 범위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책임 소재가 애매한 화재에서 최종 부담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보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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