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샤프펜슬은 '위험한 물건'인가, 갈린 판단

같은 샤프펜슬을 두고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갈렸다. 열쇠는 물건이 아니라 '어떻게 썼는가'였다.

읽는 시간 1백창협 변호사 자문

수업 시간, 앞자리 학생의 등을 톡톡 두드려 뒤돌아보게 하려던 손끝에 샤프펜슬이 쥐여 있었다. 이 흔한 필기구가 형법상 '위험한 물건'인지를 놓고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엇갈렸다.

같은 물건, 다른 결론

형법은 '위험한 물건'을 지니거나 이용해 폭행하면 특수폭행(형법 제261조)으로 무겁게 처벌한다. 문제는 무엇이 위험한 물건이냐다.

1심은 샤프펜슬을 위험한 물건으로 봤다. 반면 항소심(수원고법 2023노12)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교복을 입은 피해자의 등을 뒤돌아보게 할 목적으로 톡톡 두드리듯 찌른 행위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 경위와 방식에 비추어 생명·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속성이 아니라 '사용 태양'

두 판단의 차이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있다. 물건 자체의 뾰족함 같은 속성에 초점을 두면 샤프펜슬도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항소심은 물건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사용 태양)를 따졌다.

판례는 위험한 물건인지를 물건의 객관적 성질만이 아니라 구체적 사용 방법을 함께 보아,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로 판단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가위라도 종이를 자를 때와 겨눌 때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접촉과, 찌르거나 휘두르는 공격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다.

그래서 어떻게

특수폭행 혐의를 마주했다면 '무엇을 들었나'보다 '어떻게 썼나'에 방어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접촉의 강도, 부위, 목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목격자 진술, 상해 유무, 당시 정황이 사용 태양을 입증하는 자료가 된다. 물건의 이름만으로 위험성이 결론 나지 않으며, 판단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특수폭행#위험한물건#형사사건#수원고법#폭행죄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