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소송 지고, 무효확인소송 또 될까 — 기판력의 벽
청구기각으로 확정된 취소소송의 기판력은 같은 처분을 다투는 무효확인소송까지 가로막는다.
- 취소소송 청구기각 확정 후 같은 처분의 무효확인소송은 기판력에 막힌다.
- 취소 사유보다 무거운 무효 사유도 이미 판단 범위에 들어가 있어서다.
- 다툴 여지가 있다면 첫 소송에 취소·무효 주장을 함께 담아야 한다.
세무서의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가 청구기각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 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같은 처분을 상대로 '무효확인소송'을 낸다. 소송의 이름은 달라졌다. 그렇다면 법원은 다시 본안을 들여다볼까.
두 소송은 이름만 다를 뿐 뿌리가 같다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을 때 다투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다. 하자가 가벼우면 '취소소송'으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면 '무효확인소송'으로 간다. 취소소송에는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등 제소기간 제한이 있지만, 무효확인소송에는 그 제한이 없다. 그래서 취소소송에서 진 뒤 무효확인소송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생긴다.
다만 두 소송은 뿌리가 같다. 무효인 하자는 취소할 수 있는 하자보다 더 무거운 흠이다. 즉 무효 사유는 취소 사유를 포함하는 관계에 있다. 취소소송에서 '이 처분에는 취소할 만한 위법이 없다'는 판단이 확정됐다면, 그보다 더 무거운 무효 사유가 없다는 점도 이미 판단 범위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기판력이 뒤 소송을 막는다
확정판결에는 '기판력'(같은 사안을 다시 다투지 못하게 하는 효력)이 붙는다. 취소소송에서 청구기각으로 확정되면, 그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에 기판력이 생긴다. 판례는 이 기판력이 뒤이은 무효확인소송에도 미친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처분이 적법하다고 확정된 이상, 같은 처분이 무효라고 다시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은 본안 판단 없이 앞선 확정판결에 저촉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래서 어떻게
핵심은 '순서'다. 처분에 다툴 여지가 있다면 첫 소송에서 취소와 무효 주장을 함께, 또는 예비적으로 담아 승부를 봐야 한다. 취소소송을 먼저 진행해 지고 나서 무효확인소송으로 재도전하는 전략은 기판력의 벽에 막힐 수 있다. 반대로 아직 취소소송을 내지 않았고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판단된다면, 제소기간에 얽매이지 않는 무효확인소송을 검토할 실익이 있다. 어느 쪽이든 첫 소송의 청구 구성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취소소송에서 지고 확정되면 무효확인소송은 아예 못 내나요?
소 자체를 못 내는 것은 아니지만, 처분이 적법하다고 확정된 판단의 기판력이 무효확인소송에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이 본안 판단 없이 앞선 확정판결에 저촉된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무효확인소송에는 제소기간 제한이 없다는데 왜 유리하지 않나요?
무효확인소송은 취소소송과 달리 90일 등 제소기간 제한이 없어 시기적으로는 유리합니다. 다만 취소소송에서 이미 지고 확정된 경우라면 기판력의 벽에 막힐 수 있어, 제소기간이 없다는 이점만으로 재도전이 통하지는 않습니다.
처분에 다툴 여지가 있으면 어떻게 소송을 구성해야 하나요?
첫 소송에서 취소와 무효 주장을 함께 또는 예비적으로 담아 한 번에 승부를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직 취소소송을 내지 않았고 하자가 중대·명백하다면 제소기간에 얽매이지 않는 무효확인소송을 검토할 실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