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할게요" 갱신거절, 입증은 집주인 몫이다
실거주 의사가 진짜인지 증명할 책임은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에게 있다.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통보한다. "내가 들어가 살 거라 계약을 연장해 줄 수 없다." 계약갱신요구권(임차인이 한 차례 2년 더 살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쓰려던 세입자는 물러설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집주인이 정말 들어와 사는지는 누가 확인하나. 최근 한 임대차 판결이 이 물음에 답했다.
실거주 의사, 증명은 임대인이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임대인이 원칙적으로 거절하지 못하게 한다. 다만 예외가 있다. 임대인 본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실제로 거주하려는 경우다. 문제는 '실제로 살 생각'이라는 내심의 의사를 어떻게 가리느냐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그 입증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이다. 세입자가 '집주인은 사실 안 들어올 것'이라고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갱신을 거절하려는 임대인 쪽이 실거주 의사가 진정하다는 점을 자료로 뒷받침해야 한다. 실거주하겠다는 말 한마디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이 아니라 정황으로 따진다
실거주 의사는 겉으로 드러난 정황으로 판단된다. 임대인의 주거 상황, 기존 거주지 처분 여부, 이사 준비 경위 같은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반대로 거절 직후 제3자에게 시세대로 새로 세를 놓았다면, 실거주 의사가 진정했는지 다툼의 대상이 된다.
법은 이런 상황을 대비한 장치도 두고 있다. 실거주를 이유로 내보낸 뒤 정당한 사유 없이 그 기간 제3자에게 임대하면,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갱신거절 통보를 받았다고 곧바로 짐을 쌀 일은 아니다. 먼저 거절 사유가 '실거주'임을 문자·내용증명 등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유리하다. 이사 후에도 해당 주택의 등기부와 전입 상황을 일정 기간 확인해 볼 수 있다. 실거주 명목으로 나갔는데 곧바로 새 세입자가 들어왔다면, 손해배상을 다툴 여지가 생긴다. 입증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은, 세입자가 무력하게 통보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