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부동산 매물 무단 크롤링, 8천만원 물어낸 이유

경쟁사가 쌓아 올린 데이터베이스를 긁어 쓰면 '성과 도용'이 성립할 수 있다.

읽는 시간 2오승준 변호사 자문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정보를 자동 프로그램으로 긁어 와 자사 서비스에 게시한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8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데이터를 '복사'하는 데 물리적 장벽은 거의 없다. 그러나 법의 장벽은 다른 문제다.

크롤링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웹상의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크롤링(crawling)은 그 자체로 곧장 위법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 썼는가'다.

이번 사안에서 쟁점이 된 법은 부정경쟁방지법이다. 이 법은 '타인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어긋나게 무단으로 사용해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본다. 이른바 '성과 도용' 조항이다.

부동산 매물정보는 저절로 쌓이지 않는다. 매물을 모으고, 검증하고, 갱신하는 데는 인력과 비용, 시스템이 투입된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구축·관리한 데이터베이스는 그 자체로 보호 대상인 '성과'가 될 수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자가 이를 통째로 긁어 자사 서비스의 알맹이로 삼았다면, 무임승차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

어디서 위법으로 갈리나

법원은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수집한 정보의 양과 질, 수집 방식, 상대의 이용약관 위반 여부, 수집자와 원 사업자가 경쟁 관계인지, 원 서비스의 이익을 실제로 잠식했는지 등이 함께 고려된다.

공개된 정보라는 사실만으로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볼 수 있게 열려 있다는 점과, 그것을 대량으로 복제해 경쟁 서비스에 재사용해도 된다는 점은 별개다.

그래서 어떻게

데이터를 사업에 활용하려는 쪽이라면, 수집 전에 대상 사이트의 이용약관과 로봇 배제 설정을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경쟁사가 상당한 투자로 구축한 DB를 자동 수집해 유사 서비스에 그대로 얹는 방식은 성과 도용으로 다퉈질 위험이 높다.

반대로 데이터를 보유한 쪽이라면, 투자와 관리 이력을 기록으로 남겨 '상당한 노력의 성과'임을 입증할 수 있게 해 두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다. 크롤링 분쟁은 결국 '누가 무엇을 얼마나 쌓았는가'를 증명하는 싸움이 된다.

#크롤링#부정경쟁방지법#데이터베이스#성과도용#부동산플랫폼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