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현금 대신 부동산·주식으로 낼 수 있을까
물납은 권리가 아니라 예외다. 현금이 부족해도 요건을 못 맞추면 신청은 반려된다.
- 물납은 현금 납부가 곤란할 때만 허용되는 예외적 제도다
- 부동산·국채 우선, 비상장주식은 원칙적으로 배제된다
- 신고기한 내 신청이 핵심 — 세무서 허가 여부가 갈린다
부모가 남긴 재산이 땅 한 필지와 회사 지분뿐인 경우가 있다. 통장엔 현금이 거의 없다. 그런데 세무서는 상속세를 현금으로 내라고 한다. 수억 원대 세금을 당장 융통할 길이 없을 때 떠오르는 것이 물납(物納)이다. 세금을 돈 대신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납부하는 제도다. 다만 물납은 납세자가 원한다고 당연히 되는 권리가 아니다. 법이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비로소 신청이 가능한 '예외'다.
물납은 '현금이 곤란할 때'만 열리는 문이다
상속세는 현금 납부가 원칙이다. 물납은 그 원칙을 깨는 보충 수단이라 문턱이 높다. 핵심 전제는 두 가지다. 첫째, 상속받은 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비중이 일정 비율을 넘어야 한다. 둘째, 납부해야 할 상속세액이 상속재산에 포함된 금융재산, 즉 현금·예금 등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야 한다. 쉽게 말해 '낼 세금은 큰데 손에 쥔 현금은 적고,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주식'인 상황이어야 문이 열린다.
여기에 세액 기준도 붙는다. 통상 납부세액이 일정 금액을 넘는 경우에 한해 물납이 검토된다. 소액 세금까지 부동산으로 받아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물납은 '현금이 넉넉한데 부동산으로 내고 싶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금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곤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 재산이나 받아 주지 않는다 — 허용 재산의 순서
물납으로 낼 수 있는 재산에는 순위가 있다. 국가가 관리·처분하기 쉬운 자산을 먼저 받는다. 국채·공채, 상장 유가증권, 국내 소재 부동산 등이 우선순위에 오른다. 반대로 처분이 어려운 자산은 뒤로 밀리거나 아예 배제된다.
특히 비상장주식은 원칙적으로 물납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장에서 팔기 어렵고 가치 평가도 분쟁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비상장주식 외에 다른 상속재산이 없어 그것으로밖에 세금을 낼 수 없는 예외적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될 여지가 있다. 저당권이 설정돼 있거나 권리관계가 복잡해 사실상 처분이 곤란한 부동산도 물납 재산으로 부적합하다고 보아 거부될 수 있다. 즉 '재산이 있다'가 아니라 '국가가 받아서 처분할 수 있는 깨끗한 재산이냐'가 관건이다.
물납 신청은 언제까지 해야 처리되나요?
절차의 출발점은 '기한'이다. 물납은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 안에 신청해야 한다. 분납이나 연부연납(세금을 여러 해에 나눠 내는 것)을 함께 신청하는 경우에도 각 납부기한에 맞춰 물납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한다. 기한을 놓치면 물납 자체가 봉쇄된다.
신청한다고 끝이 아니다. 관할 세무서가 재산의 종류·가액·처분 가능성을 심사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세무서는 물납에 충당할 재산의 범위를 조정하거나,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재산에 대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허가가 나야 비로소 해당 재산의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가며 납부가 완결된다. 신청과 허가 사이에 반려·변경이 흔하다는 점을 전제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상속재산의 구성을 숫자로 파악하는 것이 출발이다. 현금성 자산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지, 부족하다면 얼마나 부족한지를 계산해야 물납 요건 충족 여부가 보인다. 둘째, 내려는 재산이 '받아 줄 재산'인지 점검한다. 비상장주식이거나 권리관계가 얽힌 부동산이라면 반려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 대체 재산을 준비하는 편이 안전하다.
셋째, 물납만 고집하기보다 연부연납과 비교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납이 반려되면 세금은 그대로 남고 가산세 위험만 커진다. 재산을 매각해 현금으로 내는 쪽이 유리한 경우도 많다. 요건·재산 적격·기한이 모두 맞물려야 하는 제도인 만큼, 신고기한 전에 세무 전문가와 함께 설계해 두는 것이 반려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자주 묻는 질문
비상장주식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나요?
비상장주식은 처분과 가치 평가가 어려워 원칙적으로 물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그 주식 외에 다른 상속재산이 사실상 없어 달리 세금을 낼 방법이 없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애초에 반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물납 신청하면 무조건 허가되나요?
아닙니다. 물납은 납세자의 권리가 아니라 세무서의 허가가 필요한 제도입니다. 세무서가 재산의 종류·가액·처분 가능성을 심사해 허가 여부를 정하며, 부적합한 재산은 반려되거나 보완 요구를 받습니다. 신청과 허가는 별개라는 점을 전제로 움직여야 합니다.
물납과 연부연납 중 뭐가 유리한가요?
현금 융통이 일시적으로 어렵다면 세금을 여러 해에 나눠 내는 연부연납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물납은 요건·재산 적격·기한이 모두 맞아야 하고 반려 위험이 있어, 재산을 매각해 현금으로 내는 쪽이 나은 경우도 많습니다. 두 방법을 함께 비교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