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계약서 유리한 조항도 설명 안 하면 무효?

'입주예정일 자동연장' 한 줄이 계약서에 있어도, 설명하지 않았다면 사업자는 그 조항을 들고 나올 수 없다.

읽는 시간 2오승준 변호사 자문

입주예정일이 반년 넘게 밀렸다. 계약자는 지연 배상을 요구했지만 사업자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못 하면 입주예정일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조항이 있으니 배상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계약서에 분명히 적힌 문구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적혀 있다고 다 효력이 있는 건 아니다

약관(미리 정해 놓은 정형화된 계약 조항)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만든다. 계약자는 그 내용을 하나하나 협상하지 못하고 서명한다. 그래서 약관규제법은 사업자에게 '설명의무'를 지운다.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중요한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자는 해당 조항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조항 자체가 종이에 남아 있어도, 재판에서 그 조항을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뜻이다. 보도로 소개된 판결도 같은 맥락이다. '입주예정일 자동연장' 조항이 계약서에 있었지만, 사업자가 이를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그 조항을 주장할 수 없다고 봤다.

'유리한 조항'이라 방심하기 쉽다

주목할 점은 이 조항이 사업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배상 책임을 벗겨 주는 방패다. 흔히 설명의무는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을 알려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사업자 자신에게 유리한 조항도 설명하지 않으면 나중에 꺼내 쓸 수 없다는 점이 이 사안의 핵심이다.

다만 설명의무가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거나 거래상 당연히 예상되는 사항이라면 설명하지 않았어도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그 조항이 '중요한 내용'이었는지, 설명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입주 지연으로 다투는 계약자라면, 사업자가 그 조항을 계약 당시 실제로 설명했는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 설명 없이 계약서에만 인쇄돼 있었다면 조항의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다. 반대로 계약을 앞둔 사람은 자동연장·면책 조항이 있는지 미리 묻고, 설명받은 내용을 문자나 녹취 등으로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하다. 계약서 서명은 조항을 봤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니, 이해되지 않는 문구는 그 자리에서 설명을 요구해 두는 것이 낫다.

#약관규제법#설명의무#분양계약#입주지연#생활법률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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