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공사대금 압류, 하루 차이로 무효가 된다

직불 합의로 이미 사라진 채권을 압류하면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다.

읽는 시간 1오승준 변호사 자문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로부터 돈을 못 받자,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줄 공사대금을 압류했다. 절차는 완벽했다. 그런데 배당 단계에서 돌아온 답은 '가져갈 몫이 없다'였다. 이미 그 채권이 사라진 뒤에 압류를 걸었기 때문이다.

직불 합의가 채권을 옮긴다

공사 현장에서는 발주자가 원사업자를 건너뛰고 하도급업체에 직접 대금을 주기로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직불(직접지급) 합의라 한다. 이 합의가 성립하면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지던 대금 지급 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다. 돈을 받을 권리의 상대방이 원사업자에서 하도급업체로 바뀌는 것이다.

문제는 원사업자의 다른 채권자가 '원사업자가 발주자에게서 받을 돈'을 압류하려 할 때 생긴다. 직불 합의로 그 채권이 이미 없어졌다면, 압류할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원 "소멸한 채권 압류는 무효"

대법원은 직불 합의가 먼저 이뤄진 뒤에 걸린 하도급대금 채권 압류는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2021다273592). 압류 명령이 형식적으로 유효해 보여도, 붙잡으려는 채권이 그 시점에 남아 있지 않으면 압류는 공중에 뜬다는 취지다.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두 사건의 선후다. 직불 합의가 압류보다 앞섰는지, 압류가 합의보다 앞섰는지. 하루 차이로 배당 결과가 갈릴 수 있다. 다만 직불 합의의 성립 시점과 범위는 계약서 문언과 정산 내역 등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개별 사안마다 신중히 따져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채권을 압류하기 전에 그 채권이 지금도 살아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원사업자를 상대로 압류를 검토한다면, 발주자와 하도급업체 사이에 직불 합의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언제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반대로 하도급업체라면, 직불 합의 사실과 시점을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뒤늦은 압류로부터 자신의 몫을 지키는 방법이다. 압류는 '언제 걸었는가'만큼 '무엇이 남아 있는가'가 중요하다.

#공사대금#채권압류#직불합의#하도급#건설분쟁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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