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안 만든 것도 위헌이다
국회가 예정한 권리를 대통령령이 채우지 않으면, 그 '공백'이 헌법을 위반한다.
법률에는 분명히 적혀 있다. "경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인정한다." 그런데 정작 그 대통령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권리를 약속한 법은 있는데, 이를 실현할 시행령이 없어 당사자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입법의 공백'을 그냥 두지 않았다. 소년원 교사의 경력 인정을 위한 대통령령을 만들지 않은 것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다.
안 하는 것도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행정입법부작위란 행정부가 법률이 위임한 명령(대통령령·부령 등)을 만들어야 함에도 만들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부작위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인정해 왔다.
판례가 요구하는 핵심 요건은 대체로 이렇게 알려져 있다. 첫째, 상위 법률이 명시적·구체적으로 행정입법을 위임했을 것. 둘째, 그 입법이 없으면 법률이 예정한 권리 실현이 불가능할 것. 셋째,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정당한 이유 없이 방치했을 것. 이 요건이 충족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 위헌 행위와 마찬가지로 평가된다.
왜 '공백'이 권리 침해인가
법률이 권리를 예정했다면, 그 권리는 추상적 선언에 그쳐선 안 된다. 시행령이 세부 기준을 채워 줄 때 비로소 현실의 권리가 된다. 대통령령이 없으면 당사자는 법에 적힌 권리를 손에 쥘 방법이 없다.
소년원 교사 사건에서도 법률은 경력 인정을 예정했지만, 이를 구체화할 대통령령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해당 교사들은 법이 보장한 이익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헌재는 이 공백 자체가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어떻게
법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정작 시행령이 없다면, 그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만 모든 부작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은 아니다. 위임의 명확성, 권리 실현 불가능성, 방치 기간이라는 요건을 사실관계에 비추어 따져야 한다. 시행령 미비로 법이 보장한 이익을 못 받고 있다면, 단순 민원이 아니라 헌법적 다툼이 가능한 사안인지 전문가와 검토해 볼 만하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