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다치게 한 포클레인 기사, 공단은 왜 구상금 못 받나
같은 공사장에서 재해 위험을 나눈 사이라면 산재보험금을 개인에게 되물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같은 공사장서 위험 나눈 사이엔 산재 구상권이 막힌다
- 고용 형태보다 재해 위험을 함께 졌는지가 판단 축이다
- 구상금 청구서 받으면 작업 구조와 현장 지위부터 정리하라
공사장에서 포클레인 기사가 작업 중 옆에서 일하던 근로자를 다치게 했다. 다친 근로자는 산재보험금을 받았고, 근로복지공단은 그 돈을 사고를 낸 기사에게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개인사업자인 기사가 잘못했으니 배상하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대법원 민사1부(주심 마용주)는 2026년 4월 2일 원심을 파기하고 공단 패소로 판결했다(2022다250008).
구상권, 어디까지 뻗을 수 있나
산재보험법은 제3자의 잘못으로 재해가 생기면 공단이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먼저 주고, 그 가해자(제3자)에게 구상권(대신 갚으라고 청구할 권리)을 행사하도록 정한다. 문제는 '제3자'의 범위다. 사고를 낸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여기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같은 사업장에서 함께 일하며 업무상 재해의 위험을 공유하는 관계라면 그 사람을 순수한 외부 가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내가 남을 다치게 할 수 있고, 내일은 내가 다칠 수 있는 관계다. 이런 '재해 위험 공동체'에 속한 사람에게까지 공단이 보험금을 되물리면, 산재보험이 지향하는 위험의 분산이라는 취지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여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포클레인 기사는 회사 소속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였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그가 공사 현장에서 다른 근로자들과 같은 재해 위험을 나눈 관계라고 봤다. 고용 형태라는 형식보다, 실제로 위험을 함께 지고 일했는지가 판단의 축이 된 셈이다.
산재보험은 개인 간 손해배상과 성격이 다른 사회보험이다. 특정인의 과실을 끝까지 추궁하기보다, 노동 현장의 위험을 사회가 함께 떠안는 제도다. 대법원은 구상권 조항을 이 성격에 맞게 좁게 읽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떻게
현장에서 일하다 동료에게 사고를 낸 뒤 공단으로부터 구상금 청구를 받았다면, 곧바로 갚아야 한다고 단정할 일이 아니다. 핵심은 '내가 피해 근로자와 같은 사업장에서 재해 위험을 공유한 관계였는가'다. 고용 형태가 개인사업자여도 이 관계가 인정되면 구상 대상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다. 청구서를 받으면 작업 구조와 현장 내 지위를 정리해 다투는 것이 먼저다. 다만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자주 묻는 질문
동료를 다치게 하면 공단에 구상금을 물어줘야 하나요?
무조건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사업장에서 재해 위험을 함께 나눈 관계라면 순수한 외부 가해자로 보기 어려워 구상 대상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개인사업자여도 구상 대상에서 빠질 수 있나요?
이번 대법원 판단에서 포클레인 기사는 개인사업자였지만 같은 현장의 재해 위험을 나눈 관계로 인정돼 공단이 패소했습니다. 고용 형태라는 형식보다 실제로 위험을 함께 졌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공단에서 구상금 청구서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바로 갚아야 한다고 단정하지 말고, 피해 근로자와 같은 사업장에서 재해 위험을 공유한 관계였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작업 구조와 현장 내 지위를 정리해 다투는 것이 먼저이며,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