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는 뒀지만 월급 반토막, 대기발령의 한계선
업무상 필요성이 있어도 임금 70% 이상이 깎이면 부당 대기발령이라는 판단이 확정됐다.
매달 632만원을 받던 직장인이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 자리는 남았다. 그러나 월급은 182만원으로 줄었다. 한 달에 450만원, 70%가 넘는 돈이 사라졌다. 정기적으로 받던 성과금도 끊겼다. 회사는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법원의 답은 달랐다.
필요성이 있어도 무제한은 아니다
대기발령(직무를 맡기지 않고 일정 기간 대기하도록 하는 인사조치)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인사권에 속한다. 업무상 필요가 있으면 인정될 여지가 크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필요성이 있었더라도' 그 조치가 근로자에게 안기는 불이익이 과중하면 권리남용이 된다고 봤다.
판단의 무게추는 임금 삭감의 폭에 실렸다. 월급이 70% 이상 깎이고 정기성과금까지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을, 법원은 생활상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평가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권리남용으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심리불속행(더 살펴볼 법적 쟁점이 없다고 보아 본안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절차)으로 기각했다.
저울 위에 오르는 두 가지
대기발령의 정당성은 두 축을 저울에 올려 가늠한다. 한쪽은 회사가 내세우는 업무상 필요성, 다른 한쪽은 근로자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이다.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치가 정당해지지는 않는다. 필요성의 크기와 불이익의 크기를 견줘, 불이익이 통상 감내할 수준을 넘으면 인사권 남용으로 기운다.
이번 판단이 남긴 지점은 임금 삭감 폭이 정당성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70%'라는 숫자가 일률적 기준선으로 굳어진 것은 아니다.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대기발령으로 임금이 크게 줄었다면 통보 문서와 급여명세서부터 확보해야 한다. 발령 전후 임금 차액, 성과금 등 부가급여의 변동을 숫자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가 밝힌 발령 사유와 기간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부당한 조치라고 판단되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이나 소송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필요성과 불이익을 비교하는 판단인 만큼, 삭감 폭과 그로 인한 실제 생활상 타격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