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대리수령 관행, 대법원이 막은 이유
법령상 예외가 아니면 임금 수령 위임은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첫 선언이 나왔다.
건설 현장에서는 십장이나 반장이 인부들의 임금을 한꺼번에 받아 나눠 주는 일이 드물지 않다. 사업주는 송금 한 번으로 정산이 끝나니 편하고, 근로자도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그 돈이 중간에서 새거나 일부만 전달된다면, 사업주는 임금을 지급한 것일까.
대법원은 최근 판결(2025다209645)에서 이 오랜 관행에 선을 그었다. 법령에 정한 예외가 아니라면, 근로자가 임금 수령을 제3자에게 맡긴 위임은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2026년 2월 열린 노동법실무연구회 세미나에서도 이 판단의 의미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임금은 '본인에게 직접' 줘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직접지급 원칙). 임금이 생계의 토대인 만큼, 중간에서 가로채이거나 다른 채권에 묶이는 일을 막으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이 원칙이 당사자의 합의보다 앞선다는 점이다. 근로자가 "내 임금을 제3자가 받게 해 달라"고 동의했더라도, 법령상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그 위임 자체가 효력을 갖지 못한다. 결국 제3자에게 건넨 돈은 근로자 본인에게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관행과 법리가 충돌하는 지점
현장의 논리는 단순하다. "늘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관행이 곧 적법은 아니다. 십장에게 임금을 일괄 송금한 사업주는, 분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근로자에게 다시 지급해야 하는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이미 한 번 보낸 돈을 두 번 물어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모든 대리수령이 곧바로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효력 여부는 법령상 예외에 해당하는지, 구체적 사실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갈린다.
그래서 어떻게
사업주라면 임금을 근로자 본인 명의 계좌로 직접 이체하는 체계를 갖추는 편이 안전하다. 일괄 송금이 불가피하다면 각자에게 실제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남겨 둘 필요가 있다. 근로자는 제3자가 임금을 대신 받는 구조라면 본인 계좌 입금을 요구하고, 받지 못한 임금이 있다면 직접지급 원칙을 근거로 사업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