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과실로 다친 뒤 치료비, 누가 내나
손해의 62.5%는 병원이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본 서울고법의 계산법.
입원 중이던 조현병 환자가 간호사와 산책을 하다 난간을 넘었다. 자살 시도였다. 그는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과 완전 척수 손상을 입었다. 병원의 관리 소홀은 없었나. 그리고 이 참담한 사고 뒤에 이어진 치료비는 대체 누가 부담해야 하나. 서울고법 제9민사부가 2025년 7월 24일 내놓은 판단(2024나2002713)이 그 셈법을 보여 준다.
손해를 셋으로 나눈다
법원은 손해를 세 갈래로 쪼갰다. 병원 책임 25%, 환자 본인의 귀책 37.5%, 그리고 어느 쪽 탓으로도 돌리기 어려운 몫 37.5%다. 여기서 핵심은 '책임제한'이라는 법리다. 가해자에게 손해 전부를 지우는 것이 공평하지 않을 때, 법원이 여러 사정을 따져 배상 범위를 줄이는 장치다.
환자 스스로의 행위가 개입했고, 질병 자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 그래서 병원이 물어야 할 손해배상은 전체 손해 중 25%로 제한됐다.
치료비 청구는 거꾸로 계산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병원이 환자에게 청구하는 진료비다. 사고 이후 치료가 이어졌고, 그 비용을 병원이 환자에게 받으려 했다. 법원의 논리는 이렇다. 병원 책임 25%와 양측 무관 몫 37.5%를 더한 62.5%에 대해서는 병원이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병원 자신의 과실 부분에 대한 치료비를 환자에게 떠넘길 수 없고, 병원 잘못이 아니어도 사고와 얽힌 부분까지 환자에게 물릴 수는 없다고 본 셈이다. 결국 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환자 귀책분 37.5%로 좁혀졌다.
그래서 어떻게
의료사고를 다툴 때는 손해배상과 진료비 청구를 따로 떼어 보지 말아야 한다. 두 계산은 같은 책임비율 위에서 맞물려 움직인다. 병원 책임이 인정되는 비율만큼, 그리고 어느 쪽 탓도 아닌 비율만큼 치료비 부담도 함께 깎일 여지가 있다. 책임제한 비율을 몇 %로 볼 것인지가 배상액과 진료비를 동시에 좌우한다. 다만 구체적 비율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진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