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외국 법인, 한국 땅에서 저지른 죄 처벌될까

종업원의 국내 범죄에 외국 법인까지 양벌규정으로 묶는 열쇠는 '범죄가 어디서 일어났는가'다.

읽는 시간 1김정웅 변호사 자문

한 외국 회사의 직원이 국내에서 업무 중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자. 처벌 대상은 그 직원 한 사람뿐일까, 아니면 회사까지 함께 책임을 지는가. 회사가 외국에 본점을 둔 법인이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대법원 2022도8664 판결이 다룬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양벌규정과 속지주의가 만나는 곳

양벌규정(위반행위를 한 종업원뿐 아니라 그 법인·사업주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은 개인의 일탈 뒤에 선 조직의 책임을 묻기 위한 장치다. 문제는 그 조직이 외국 법인일 때다. 우리 형법은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저지른 죄에 적용된다. 이를 속지주의(범죄가 벌어진 '장소'를 기준으로 형법을 적용하는 원칙)라 한다.

이 판결은 외국 법인 종업원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 외국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 적용에서도 속지주의 원칙이 기준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외국 법인이니까 우리 법이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가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국적이 아니라 '어디서'가 갈림길

핵심은 법인의 국적이 아니라 위반행위가 벌어진 장소다. 종업원의 행위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이뤄졌다면, 그 배후의 법인이 외국 법인이라는 사정만으로 양벌규정 적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이 판결은 2026년 2월 2일 한국형사판례연구회 제389회 '2025년 형법 판례 회고'에서 주요 판례로 선정됐다.

다만 개별 사건의 결론은 종업원 행위의 성격, 법인의 관여 정도, 적용 법령의 문언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하나의 판시를 모든 사안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떻게

국내에서 사업하는 외국 법인이라면 '본점이 해외에 있으니 국내 형사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전제를 재점검해야 한다. 국내 직원의 업무상 위반행위는 법인의 형사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 체계와 감독 의무 이행 기록을 갖추는 일이, 양벌규정 아래에서 법인이 방어할 수 있는 현실적 출발점이다.

#양벌규정#속지주의#외국법인#형사판례#대법원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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