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판결문을 못 읽는 국민을 위한 '이지리드' 실험

서울행정법원이 쉬운 문장으로 쓴 판결문을 처음 선고했다. 사법 접근권이 제도로 옮겨 앉은 첫 장면이다.

읽는 시간 2김정웅 변호사 자문

승소했지만 판결문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지적장애가 있거나, 문해력이 낮거나, 법률 용어의 벽에 막힌 이들이다. 판결은 났는데 무엇이 결정됐는지 당사자만 모르는 상황. 서울행정법원이 이 오래된 공백을 겨냥한 판결문을 내놓았다.

2026년 7월 초, 서울행정법원은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을 추진한 이래 처음으로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을 선고했다. 이지리드란 짧은 문장, 쉬운 낱말, 시각 보조를 써서 정보 이해가 어려운 사람도 읽을 수 있게 만든 문서를 말한다. 대법원이 2026년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법지원 예규'의 이지리드 문서 제공 조항에 따른 첫 사례다.

왜 '쉬운 판결문'이 권리의 문제인가

핵심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재판을 받을 권리(재판청구권)는 판결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 결과를 알지 못하면 항소할지 승복할지조차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와 공공기관에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지운다.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예규는 그 추상적 의무를 판결문이라는 구체적 지점에서 제도로 옮겨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사례가 남긴 과제

다만 이지리드 판결문의 법적 효력 범위는 정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정식 판결문과 이지리드본의 내용이 어긋날 경우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 어떤 사건에 어느 범위까지 제공할지는 사실관계와 운영 실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첫 사례인 만큼 기준은 앞으로 쌓여 갈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당사자나 보호자라면 재판 초기부터 이지리드 문서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지 재판부에 문의해 두는 것이 실익이 있다. 예규는 신청을 전제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적장애·발달장애 당사자를 지원하는 경우, 진단 자료나 의사소통 특성을 미리 소명하면 편의제공 판단에 도움이 된다. 판결문을 받은 뒤에도 이해가 어렵다면, 쉬운 설명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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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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