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국제분쟁, 배터리 대장주가 진 리스크
국경을 넘는 분쟁에서 기업이 실제로 지는 부담은 '판결의 승패'만이 아니다.
국내 배터리 대장주로 꼽히는 한 기업이 1500억 원 규모의 국제분쟁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졌다. 숫자만 보면 소송 하나의 크기지만, 국경을 넘는 분쟁은 국내 소송과 셈법이 다르다. 어느 나라 법원에서, 어느 나라 법으로 다투느냐에 따라 결과가 통째로 갈리기 때문이다.
규모보다 '관할'이 먼저다
국제분쟁의 첫 승부처는 '어디서 다투느냐'다. 관할(재판을 진행할 권한을 가진 법원)과 준거법(분쟁에 적용할 나라의 법)이 어디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유리·불리가 뒤바뀐다. 다국적 거래 계약서에는 대개 관할·준거법 조항과 함께 중재(법원 대신 민간 중재기관이 판단하는 절차) 합의가 들어 있다. 중재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단심에 가깝다는 점에서, 기업으로선 예측 가능성과 신속성을 얻는 대신 불복 여지가 좁아진다.
이겨도 끝이 아니다
국제분쟁의 또 다른 관문은 '집행'이다. 한 나라에서 받은 판결이나 중재판정을 상대 자산이 있는 다른 나라에서 실제로 강제하려면 승인·집행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중재판정은 여러 나라가 가입한 협약에 따라 국경을 넘는 집행이 비교적 수월한 편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안과 국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여기에 소송 자체가 장기화되면 충당금 반영, 신용도, 거래관계까지 흔들린다. 1500억이라는 숫자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그림자는 판결 이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어떻게
기업이든 그 주식을 가진 투자자든, 국제분쟁을 볼 때는 '얼마'보다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게 실용적이다. 어느 법원·중재기관의 관할인지,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되는지, 상대 자산이 어디에 있어 집행이 가능한지다. 이 세 축이 승패의 실질을 좌우한다. 공시와 분기보고서에 분쟁 진행 상황과 충당금 반영 여부가 어떻게 기재되는지를 함께 살피면, 헤드라인 숫자에 휩쓸리지 않고 리스크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