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변호인과의 통화 녹음, 압수하면 위법하다

대법원이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 통화 녹음파일 압수를 헌법 위반으로 처음 판단했다.

읽는 시간 2이정도 변호사 자문

휴대전화에는 무엇이든 담긴다. 가족과의 대화도, 은행 거래도, 그리고 변호인과 나눈 통화도. 수사기관이 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통째로 복제(포렌식)한 뒤, 그 안에서 피고인이 변호인과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꺼내 증거로 삼는다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 형사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2025년 2월 26일,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증거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2025도4422).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유죄를 받은 A씨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다.

왜 위법인가

핵심은 헌법 제12조가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다. 이 권리는 단순히 변호인을 선임할 자유에 그치지 않는다. 피의자·피고인이 변호인과 자유롭고 비밀스럽게 상의할 수 있어야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한다. 대화 내용이 수사기관에 그대로 넘어간다면, 의뢰인은 변호인에게 솔직히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대법원은 변호인과의 통화 녹음파일 압수가 이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유죄의 근거로 쓸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 함께 적용됐다. 법조계는 이 판단을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을 정면으로 인정한 사례로 해석한다.

압수의 범위에 그은 선

주목할 지점은 압수 자체가 아니라 그 '범위'다. 수사기관은 적법한 영장으로 휴대전화를 압수했더라도, 그 안에 담긴 변호인 관련 정보까지 무제한으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 포렌식 기술이 저장매체 전체를 복제하는 만큼, 방어권의 핵심 영역은 별도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래서 어떻게

수사를 받는 입장이라면, 변호인과의 상담·통화 기록이 담긴 기기가 압수될 때 그 사실을 반드시 변호인에게 알려야 한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변호인 관련 파일이 선별·확보되는지 참여권을 행사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판단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나, 변호인과의 소통 내용은 원칙적으로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방어의 근거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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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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