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AI가 쓴 판결문, 법정에 들어와도 될까

판결의 최종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는 원칙이 AI 시대 사법의 첫 방어선이다.

읽는 시간 1김정웅 변호사 자문

판결문 초안을 AI가 작성하고, 판사가 검토만 한다면 그 판결은 누구의 것인가. 최근 법조계에서 인공지능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확대되면서 이런 질문이 현실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서 검토, 판례 검색, 서면 초안 작성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효율과 책임 사이

AI는 방대한 판례와 기록을 빠르게 정리한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검토 속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실무적 유인이 크다. 문제는 재판의 본질이 단순한 정보 처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재판은 사실을 확정하고 법을 해석해 결론에 이르는 판단 작용이다. 이 판단의 책임은 재판을 맡은 법관에게 귀속된다. AI가 초안을 만들더라도 최종 판단과 그에 대한 책임은 사람이 진다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류와 편향이라는 함정

AI는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조문을 실제처럼 제시하는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대표적이다. 사법 절차에서 이런 오류가 걸러지지 않으면 당사자의 권리에 직접 타격을 준다.

학습 데이터에 담긴 편향이 결과에 반영될 위험도 있다. 과거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하면 과거의 차별적 관행까지 답습할 수 있다.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특성은 재판의 투명성 요구와 충돌한다.

그래서 어떻게

핵심은 AI를 '판단자'가 아닌 '보조 도구'의 자리에 묶어 두는 일이다. 검토와 검증의 책임을 사람이 지는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

실무에서는 AI가 제시한 판례·조문을 원문으로 반드시 대조하고, 산출물의 근거를 사후에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도입 여부보다 어떤 절차적 통제 아래 쓰느냐가 관건이다.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책임의 소재를 먼저 설계하는 것이 순서다.

#AI법률#사법절차#법조계#인공지능#법관책임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