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합의서에 '방문 가능', 정말 마음대로 들어가도 될까

계약서 한 줄이 무단 출입까지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읽는 시간 1오승준 변호사 자문

임대인이 세입자가 잠시 비운 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손에 쥔 근거는 합의서의 한 줄, '방문 가능'이다. 이 문구만 있으면 상대가 없어도, 동의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법원의 답은 그렇지 않았다.

'방문 가능'은 출입 허가증이 아니다

법원은 합의서에 적힌 '방문 가능'이라는 문구가 무단 출입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계약서 문언은 그 자체로 모든 행위의 면책 근거가 되지 않는다. '방문할 수 있다'는 표현은 방문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언제든 들어가도 좋다는 포괄적 승낙으로 읽기 어렵다.

법률에서 계약 해석은 문구를 글자 그대로 새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사자가 그 표현으로 실제 무엇을 의도했는지, 거래 관행과 신의성실(서로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의무)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따진다. '방문 가능'을 '무단 출입 허용'까지 확장하는 해석은 이 원칙과 어긋난다.

문구가 있어도 별도 동의는 남는다

핵심은 계약상 '권리'와 그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데 있다. 방문할 권리가 인정되더라도, 실제 출입은 상대방의 사전 동의나 사전 통지 같은 절차를 거쳐야 정당해진다. 이 절차를 건너뛴 채 들어가면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반대로 문구를 근거로 출입을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방문의 목적, 통지 여부, 당사자 간 합의 경위 같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계약서에 '방문 가능'처럼 두루뭉술한 문구가 있다면 그대로 두지 말고 조건을 명시하는 편이 낫다. 방문 사유, 사전 통지 기한, 동의 방식을 문장으로 못 박아 두면 다툼의 여지가 줄어든다. 이미 문구만 있는 상태라면, 출입 전 상대방에게 연락해 동의를 받고 그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하다. 문구가 곧 권한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일이다.

#생활법률#계약서#임대차#주거침입#합의서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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