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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는 아이 위한 '몰래 녹음', 증거 될까

스스로 녹음할 수 없는 약자의 진실 확보와 통신비밀 보호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읽는 시간 2이정도 변호사 자문

한 아버지가 자폐가 있는 아들의 외투 주머니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켰다. 교실에서 오간 특수교사의 발언이 녹음됐고, 그는 이를 정서적 학대의 증거로 제출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정반대로 갈렸다. 같은 녹음 파일을 두고 한쪽은 증거로 받아들였고, 다른 쪽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쟁점은 '제3자 녹음'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을 금지한다(제3자 녹음). 내가 끼어 있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내가 없는 자리의 대화를 몰래 담으면 위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녹음기를 가지고 간 아이가 대화의 '당사자'인지다. 1심은 아이가 그 공간의 당사자라는 취지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반면 2심은 부모가 제3자로서 교실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자에게 녹음 말고 다른 길이 있나

이 사건이 단순한 법리 다툼을 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스스로 상황을 설명하거나 직접 녹음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장애인·아동에게는, 녹음 외에 학대를 입증할 방법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학계에서도 통신비밀 보호라는 원칙과 약자의 방어권 사이의 균형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현행법은 이 충돌을 명시적으로 풀어 주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법원마다 결론이 갈리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가 논의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어떻게

결론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비슷한 처지의 보호자라면 몇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제3자 녹음은 그 자체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어 형사처벌과 증거 배제라는 두 가지 위험을 동시에 안는다. 둘째, 녹음에만 의존하기보다 아이의 신체·정서 변화 기록, 목격자 진술, 기관 상담 자료 등 다른 증거를 함께 확보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셋째, 녹음을 고려한다면 사전에 법률 전문가와 상의해 위법성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신비밀보호법#제3자녹음#증거능력#아동학대#주호민

참고·출처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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