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미안하다, 갚겠다" 사과해도 빚은 안 살아난다

소멸시효 지난 뒤의 채무 인정과 사과는 '시효이익 포기'가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읽는 시간 2오승준 변호사 자문

거제의 한 숙박시설 신축 공사를 둘러싼 다툼이었다. 시공자는 미지급 공사대금 5,150만원을 청구했고, 상대방은 빚의 존재를 인정하며 사과까지 했다. 문제는 그 사이 소멸시효(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제도)가 이미 완성된 점이었다. '갚겠다'는 말 한마디로 끝난 빚이 되살아날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5년 7월 24일,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채무를 인정한 것과 시효를 포기한 것은 다르다

핵심은 두 행위의 성격 차이다. 시효가 완성되기 전 채무를 인정하면 시효가 중단돼 다시 처음부터 진행한다. 그러나 시효가 이미 완성된 뒤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때 빚을 다시 갚게 하려면 '시효이익 포기'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시효이익 포기를 단순한 사실 인정이 아니라, 시효 완성의 이익을 누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는 행위로 봤다. 효과의사(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려는 의사)의 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빚이 있다고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시효이익을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사과는 '도의'이지 '포기'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채무를 승인하고 미안함을 표했다. 원심은 이를 시효이익 포기로 보아 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

빚을 인정하는 말과 사과는 도의적·사실적 태도일 수 있다. 그 자체가 곧 시효 완성의 법적 이익을 버리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포기 여부는 표현된 의사의 내용과 정황을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오래된 빚을 받으려는 채권자라면 막연한 '갚겠다'는 답변에 안심해선 안 된다. 시효가 이미 지났다면, 상대가 시효 이익을 포기한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의사 표시를 서면 등으로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반대로 채무자라면, 오래전 빚에 대해 인정하거나 사과하더라도 그 표현이 곧 시효 포기로 해석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변제하겠다는 약속, 일부 변제 같은 행위는 포기로 평가될 여지가 있어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

#소멸시효#채무승인#시효이익포기#공사대금#대법원판결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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