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인데 왜 '기수'인가 — 특수강간치상죄의 함정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어도 피해자가 다쳤다면 특수강간치상죄가 완성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성폭력 시도가 미수에 그쳤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다쳤다. 이 사람은 '미수범'으로 가볍게 처벌받을까, 아니면 상해라는 결과까지 책임질까. 2025년 8월 28일 대법원이 이 물음에 답을 내놨다(2024도11261).
미수인데 죄는 완성된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핵심은 이 죄의 성격이다. 특수강간치상죄는 '결과적 가중범'이다. 기본 범죄(특수강간)를 저지르다가 의도하지 않은 무거운 결과(상해)가 발생하면 그 결과까지 무겁게 처벌하는 구조다.
여기서 죄의 완성 여부는 '강간에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상해라는 결과가 생겼느냐'로 갈린다. 상해가 발생한 이상 결과는 이미 실현됐다. 그래서 기본 범죄가 미수여도 가중범 자체는 기수(완성)로 본다는 것이다.
미수 규정은 왜 적용되지 않나
성폭력처벌법 제15조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조항을 둔다. 쟁점은 이 규정이 제8조 제1항 특수강간치상죄에도 적용되느냐였다. 다수의견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결과적 가중범에서는 무거운 결과가 이미 발생한 이상 '미수'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종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반면 대법관 서경환·권영준은 반대의견을 냈다. 결과적 가중범에서도 미수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이처럼 견해가 갈렸다는 점은 이 법리가 여전히 논쟁적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어떻게
일반 독자가 가져갈 핵심은 하나다. 성범죄 사건에서 '미수에 그쳤다'는 사실이 곧 가벼운 처벌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상해라는 결과가 확인되면, 강간 자체는 미완이어도 특수강간치상죄로 무겁게 의율될 수 있다.
결국 결과의 발생 여부, 상해와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사건의 무게를 좌우한다. 구체적 결론은 상해의 정도와 인과관계 등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