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과 앞둔 학과 교수, 재임용 심사 생략해도 될까
학과가 사라질 예정이라도 재임용 심사는 교원의 신청에 따른 별개 절차다. 법원은 심사 자체를 생략한 처분을 무효로 봤다.
- 폐과가 예정돼도 재임용 심사 자체를 생략하면 처분은 무효다
- 전환과 무관한 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 심사 기준도 위법할 수 있다
- 탈락 통보를 받으면 심사 항목과 점수 배분부터 확인해야 한다
학과가 사라진다는 통보가 먼저 왔다. 그리고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결과가 뒤따랐다. 어차피 없어질 학과이니 심사는 형식이었을까. 아니면 심사 자체를 건너뛴 것이 문제였을까.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용태)는 2026년 9월 17일 교수 A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2025가합8197)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폐과가 예정돼 있었더라도 재임용 심사를 생략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폐과가 예정되면 재임용 심사를 건너뛸 수 있나
결론부터 보면, 생략할 수 없다. 법원은 재임용과 직권면직을 성격이 다른 절차로 구분했다.
재임용은 교원의 신청에 따라 임용 계약을 연장할지 판단하는 절차다(사립학교법상 기간제 임용 교원의 재임용 심사). 교원이 재임용을 신청하면 학교법인은 그 신청을 심사해 응답할 의무를 진다. 반면 학과 폐지에 따른 직권면직은 교원의 신청과 무관하게 학교 측이 직무를 종료시키는 처분이다. 취지와 요건이 다르다.
따라서 폐과가 예정돼 있다는 사정이 재임용 심사 의무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폐과를 이유로 교원을 내보내려면 직권면직이라는 별도의 절차와 요건을 밟아야 하고, 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재임용 심사만 생략해 탈락시키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읽힌다.
심사 기준은 어떻게 짜여 있어야 하나
심사를 하더라도 기준이 공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심사 항목 구성 자체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전환배치와 관련 없는 행정기여도·발전기금 유치 항목이 총점의 25%를 차지한 점을 지적했다. 해당 교원이 수행하는 직무나 전환 가능성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재임용 심사 기준은 교원의 교육·연구 역량처럼 임용 연장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합리적으로 연결되는 요소로 짜여야 한다. 심사라는 외형을 갖췄더라도, 특정 교원이 통과할 수 없도록 배점이 설계돼 있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잃는다. 형식상 심사를 거쳤는지가 아니라, 그 심사가 실질적으로 공정했는지를 따진 셈이다.
재임용 거부가 무효가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심사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 다른 하나는 심사는 했지만 기준이나 절차가 위법한 경우다.
재임용 거부를 다투는 교원은 거부 처분의 무효 확인이나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재임용을 명령해 자동으로 신분이 회복되는 구조는 아니고, 처분의 효력과 책임을 가리는 방식으로 판단이 이뤄진다. 이 사건이 '원고 일부 승소'로 끝난 것도 청구 가운데 받아들여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나뉘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았다면 먼저 심사 자체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폐과·구조조정을 이유로 심사 없이 결과만 통보됐다면 그 자체가 다툼의 핵심이 된다.
심사가 있었다면 심사 항목과 배점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직무·전환 가능성과 무관한 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그 배점 구조상 통과가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심사 결과 통보서, 임용 계약서, 폐과 관련 공문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는 편이 좋다. 재임용 거부와 직권면직은 요건이 다른 만큼, 학교가 어떤 절차를 근거로 삼았는지부터 분별해 대응 방향을 잡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학과가 없어지면 교수는 자동으로 면직되나요?
폐과가 곧바로 면직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학과 폐지를 이유로 내보내려면 직권면직이라는 별도 절차와 요건을 거쳐야 하고, 이는 교원 신청에 따른 재임용 심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두 절차를 섞어 심사를 생략하는 방식은 위법 소지가 있습니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심사 자체가 없었거나, 심사 기준·절차에 합리성이 없다면 거부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특히 전환 가능성과 무관한 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해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면 기준의 정당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재임용 거부가 무효로 인정되면 바로 복직되나요?
법원이 곧바로 재임용을 명령해 신분이 자동 회복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보통 처분의 무효 확인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청구 내용에 따라 일부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 결과는 사실관계와 청구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