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한 특허품, 외국 실험실서 쓰였다면 면책일까
연구·시험 목적 실시 면책이 국내생산·외국수출·외국연구라는 국제거래에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한 국내 기업이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특허 제품을 만들어 외국 기업에 넘겼다. 받은 쪽은 그 제품을 팔지 않고 실험실에서 연구·시험용으로만 썼다. 이 국내 기업은 특허를 침해한 것일까, 아니면 면책되는 것일까.
'연구·시험'이면 특허권이 미치지 않는다
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는 연구 또는 시험을 하기 위한 특허발명의 실시에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정한다. 특허권은 산업 발전을 위해 주는 독점권인데, 신기술을 검증하고 개량하는 연구까지 막으면 오히려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업적 판매가 아니라 순수한 연구·시험 목적의 실시는 침해로 보지 않는다.
문제는 이 면책이 '국내에서 만들어 외국으로 수출하고, 외국에서 연구에 쓰이는' 국제거래에도 적용되느냐였다. 최근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제96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 사용이 연구·시험이라면 그 앞단의 국내 생산과 수출도 면책의 틀 안에서 볼 여지가 열린 셈이다.
반제품 수출은 다르게 갈렸다
다만 결이 다른 사례도 있다. 마지막 공정을 남긴 반제품을 수출한 경우, 그 남은 공정이 사소하지 않다는 이유로 침해가 아니라고 본 판단이 있다. 완성품을 만들어 넘긴 것이 아니라 '아직 특허발명의 실시에 이르지 않은 단계'로 평가된 것이다.
두 판단을 나란히 놓으면 기준은 분명해진다. 하나는 '실시가 있었지만 목적이 연구·시험이라 면책'되는 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남은 공정 탓에 실시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침해가 아닌' 구조다. 결론은 비슷해 보여도 법리의 출발점이 다르다.
그래서 어떻게
수출 거래를 앞뒀다면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첫째, 상대방의 실제 사용 목적이 연구·시험인지, 상업적 유통인지다. 목적이 판매로 바뀌는 순간 면책 논리는 무너진다. 둘째, 넘기는 것이 완성품인지 반제품인지, 남은 공정이 사소한지다. 계약서와 거래 기록에 사용 목적과 제품 상태를 명확히 남겨 두는 것이 분쟁 시 방어의 출발점이 된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