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메로나 옆 메론바, 포장은 어디까지 베낄 수 있나

비슷한 색·글씨·모양의 아이스크림 포장, 법은 '소비자가 헷갈릴 만한가'를 먼저 묻는다.

읽는 시간 2김정웅 변호사 자문

편의점 냉동고 앞에 서면 헷갈리는 순간이 있다. 연둣빛 바탕, 둥근 글씨, 비슷한 크기의 막대 아이스크림이 나란히 놓여 있다. 하나는 오래 팔린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뒤에 나온 제품이다. 소비자가 순간적으로 착각한다면, 그 포장은 법의 문제가 된다. 올해 선고된 '메로나 대 메론바' 사건(서울고법 2025.8.21. 선고 2024나2052176)이 이 지점을 다뤘다.

'혼동'이 먼저다

부정경쟁방지법의 출발점은 상품주체 혼동행위다. 널리 알려진 남의 상품 표지(이름·포장·모양 등)와 비슷한 것을 써서 소비자가 두 상품을 헷갈리게 만드는 행위를 규제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원래 상품의 포장이 특정 회사의 것으로 인식될 만큼 '주지성'(널리 알려진 정도)을 갖췄는가. 다음으로 뒤에 나온 포장이 그와 혼동을 일으킬 만한가.

판단은 색상·글씨체·전체 배치를 따로 떼지 않고 전체적인 인상으로 본다. 개별 요소는 흔하더라도 조합된 전체 느낌이 특정 상품을 떠올리게 하고, 그 조합이 오래 팔리며 각인됐다면 보호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업계에서 흔히 쓰는 관용적 표현이나 상품 종류를 나타내는 표시라면 독점하기 어렵다.

보충 조항, 성과무단사용

혼동으로 잡히지 않는 영역을 메우는 조항이 성과무단사용행위(제2조 제1호 파목)다. 2013년 개정 때 신설된 보충적 일반조항으로,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만든 성과를 공정한 거래질서에 반해 무단으로 쓰는 행위를 규제한다. 도입 초기에는 요건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그만큼 사안마다 사실관계를 촘촘히 따진다. 혼동이 인정되지 않아도 '남의 성과에 무임승차했는가'라는 별도의 잣대가 작동한다.

그래서 어떻게

새 상품 포장을 만드는 쪽이라면, 유사성 여부를 색 하나·글씨 하나가 아니라 전체 인상으로 자문해야 한다. 기존 강자와 나란히 놓았을 때 소비자가 헷갈릴 여지가 크다면 위험 신호다. 반대로 포장을 지키려는 쪽은 자사 디자인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널리 인식됐는지 입증 자료를 축적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광고·매출·시장 인지도 자료가 주지성 판단의 근거가 된다.

#부정경쟁방지법#상품디자인#패키지#혼동행위#성과무단사용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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