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공용주차장 '내 자리' 표지판 떼면 손괴죄일까

입주민이 멋대로 세운 '지정 주차' 표지판을 빌라 반장이 제거해도 재물손괴 무죄로 본 사례가 나왔다.

읽는 시간 1백창협 변호사 자문

빌라 1층 주차 칸에 'OOO호 지정' 표지판이 서 있다. 입주민 한 사람이 임의로 세운 것이다. 어느 날 빌라 반장이 그 표지판을 뽑아 치웠다. 표지판 주인은 "내 물건을 망가뜨렸다"며 재물손괴로 고소했다. 결과는 무죄였다.

손괴죄의 핵심은 '효용 침해'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는 남의 물건을 부수는 행위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깨거나 찢는 것은 물론, 그 물건이 본래 가진 쓸모, 즉 '효용'을 해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멀쩡한 간판을 떼어 숨기거나, 글씨를 지워 못 쓰게 만드는 것도 효용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표지판을 뽑은 행위도 손괴 아닐까. 여기서 갈리는 지점이 있다. 그 표지판이 애초에 '정당한 효용'을 가졌느냐다.

권한 없는 점유 표시는 보호받기 어렵다

공용 주차공간은 입주민 전체가 함께 쓰는 곳이다. 한 사람이 관리단 결의나 합의 없이 '지정 주차구역' 표지판을 세웠다면, 그 표지판은 공용 공간을 사적으로 독점하려는 표시에 가깝다. 이런 표지판은 법이 보호하는 정당한 효용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표지판이라는 물건 자체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지만, 그것이 수행하던 '기능'이 위법한 독점이었다면, 그 기능을 없앤 행위를 곧바로 손괴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다만 이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표지판 설치에 입주민 합의가 있었는지, 제거 방식이 과격했는지 등이 결론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공용 공간에서 분쟁이 생기면 '내 손으로 치우기' 전에 절차를 남기는 편이 안전하다. 거슬리는 표지판이 있다면 관리단·입주자대표회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사진과 회의록 등 합의 과정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반대로 표지판을 세우는 쪽이라면, 권한 없는 사적 점유 표시는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핵심은 단순하다. 물건을 건드렸다는 사실보다, 그 물건이 정당한 쓸모를 가졌는지가 처벌의 갈림길이다.

#재물손괴#공용주차장#빌라분쟁#지정주차#형사사건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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