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리폼'은 상표권 침해일까, 대법원의 첫 답
대법원은 리폼 행위가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오래 들고 다닌 명품 가방을 해체해 백팩이나 지갑으로 다시 만든다. 원래 로고와 무늬는 그대로 남는다. 이 '리폼'을 의뢰한 소비자와 작업한 업자는 상표권을 침해한 것일까. 대법원이 이 물음에 처음으로 답을 내놨다.
1·2심과 대법원이 갈린 지점
대법원 민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손해배상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4다311181). 리폼 침해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앞선 1·2심은 리폼 제품도 침해에 해당한다며 1500만 원 배상을 명했다. 원래 가방에 붙어 있던 상표가 새 제품에 그대로 노출되니 소비자가 출처를 오인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상표의 사용'이라는 관문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거쳐 결론을 달리했다. 핵심은 상표법이 금지하는 '상표의 사용'에 리폼이 해당하느냐다.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먼저 그 행위가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상표의 사용'에 해당해야 한다.
대법원은 리폼 행위가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미 적법하게 판매된 진정상품을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가공·수선한 것이라면, 새로운 출처를 표시하기 위해 상표를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원칙적으로'라는 단서가 붙은 만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파기환송이지 무죄 확정이 아니다. 특허법원이 다시 심리한다. 다만 기준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자신이 쓰던 진정상품을 개인 사용 목적으로 고치는 영역과, 타인의 상표가 붙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상업적 제작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리폼을 맡길 때는 작업 결과물을 되팔거나 광고·전시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업자라면 의뢰인 소유물의 단순 가공인지, 사실상 새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것인지 그 경계를 신중히 따져야 한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