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임대료 합의 안 됐다고 장기 임대차가 끝나진 않는다

'연장 시 조건 협의' 문구가 있어도 임대료 합의 실패만으로 계약이 종료되지 않는다.

읽는 시간 2오승준 변호사 자문

20년 넘게 남의 땅 위에 건물을 지어 쓰던 임차인이 있었다. 어느 날 땅 주인이 바뀌자 새 소유자가 요구했다. 건물을 헐고 땅을 비워라, 그게 싫으면 대폭 오른 임대료를 내라. 근거는 계약서 한 줄이었다. '연장·갱신 시 조건은 별도 협의한다.' 소유자는 임대료 조건에 합의가 안 됐으니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건 협의' 문구의 무게

서울고법은 이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2024나2043097). 대법원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해 판단이 확정됐다. 핵심은 '별도 협의' 문구를 어떻게 읽느냐다.

법원은 이 조항을 '조건 합의가 성립해야만 비로소 기간이 연장된다'는 정지조건으로 보지 않았다. 즉 임대료 같은 세부 조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이 종료되거나 임대인이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협의 조항은 조건을 다듬어 나가자는 취지일 뿐, 합의 실패를 곧 계약 소멸의 방아쇠로 삼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인도·매도청구·고액 임대료가 배척된 이유

소유자 X는 토지인도, 건물매도청구, 그리고 크게 오른 임대료를 함께 청구했다. 그러나 계약이 유효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본 이상, 임차인에게 땅을 비우라거나 건물을 넘기라고 요구할 전제 자체가 무너진다.

임대료 역시 한쪽이 원하는 금액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협의가 안 되면 당사자는 증감청구나 별도 절차로 다툴 수 있지만, 그 다툼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청구는 대부분 배척됐다.

그래서 어떻게

장기 토지임대차 계약서에 '연장 시 조건 별도 협의' 같은 문구가 있다면, 그것이 곧 '합의 못 하면 나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만 결론은 계약서 전체 문언과 당사자의 의사, 거래 정황에 따라 달라진다. 임대인이라면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원할 때 '협의 실패' 카드에만 기대지 말고 명확한 종료 사유·절차를 계약에 담아 둬야 한다. 임차인이라면 협의가 늘어진다고 곧장 계약이 끝난 것으로 오해해 스스로 불리한 합의에 응할 필요가 없다.

#토지임대차#장기임대차#임대료협의#계약갱신#토지인도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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