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계약 끝났으니 집 보여달라, 거부하면 위법일까

종료 합의서에 '방문 가능' 문구가 있어도, 임차인 동의 없는 출입은 위법으로 판단됐다.

읽는 시간 2오승준 변호사 자문

이사 날짜를 두 달 앞두고 임대인이 집을 보러 오겠다고 한다. 새 세입자를 구해야 하니 당연한 요구처럼 들린다. 그런데 임차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잘못한 걸까. 계약이 끝나기로 정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임대인이 마음대로 드나들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종료가 정해져도, 점유는 임차인의 것

임대차가 끝나기로 합의됐더라도 임차인이 집을 비우기 전까지는 그 공간의 점유자는 여전히 임차인이다. 점유자에게는 주거의 평온을 지킬 권리(주거의 평온권)가 있다. 임대인이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권리를 앞설 수는 없다. 소유권과 실제 사는 사람의 생활 이익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 사건에서, 임대차 종료 합의서에 '방문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었음에도 법원은 임차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 출입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서면에 방문 관련 문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임차인이 개별적인 출입 하나하나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방문 가능'과 '언제든 동의 없이 들어와도 된다'는 전혀 다른 뜻이다.

합의서 문구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계약서나 합의서의 한 줄이 모든 출입을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문구가 있더라도 실제 방문 때마다 임차인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동의 없이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가거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문을 여는 행위는 사실관계에 따라 주거침입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임차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집 보여주기를 계속 거부하면, 임대인이 새 세입자를 구할 기회를 잃어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떻게

임대인이라면 방문 전에 날짜와 시간을 정해 임차인의 동의를 문자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하다. '합의서에 썼으니 됐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임차인이라면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점은 밝히되, 원하지 않는 시간대의 무단 출입은 거부할 수 있다. 다만 합리적 범위에서 방문 일정에 협조하는 편이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을 줄인다. 핵심은 하나다. 문을 여는 열쇠는 서류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동의다.

#임대차#주거평온권#주거침입#전세#월세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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