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재판에 안 나왔다, 진 재판은 되돌릴 수 있나
위법이 중대해도 이미 끝난 소송의 효력은 깨지지 않는다 — 길은 별도 손해배상에 있었다.
의뢰인은 변호사를 믿고 재판을 맡긴다. 그런데 그 변호사가 정작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소송이 불리하게 끝났다면, 책임은 누가 지고 결과는 되돌릴 수 있을까.
2026년 6월 24일 서울고법(민사 583호)이 이 물음에 답을 내놨다. 유족 측은 자신들을 대리했던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했다. 변호사 불출석 같은 위법행위가 중대하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이미 발생한 '소송 종결'의 효력은 사후에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 핵심 판단이었다.
끝난 소송은 왜 되돌리기 어려운가
민사소송에는 절차의 안정을 지키는 원칙이 있다. 변론이 마무리되고 판결이 확정되거나 일정 절차가 종결되면, 그 효력은 함부로 흔들 수 없다. 대리인의 행위는 법적으로 의뢰인 본인의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불출석이 명백한 잘못이라 해도, 그 불이익은 원칙적으로 의뢰인에게 귀속된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증인 신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변호사의 과오를 본안(원래 다투던 사건) 절차 안에서 다시 심리해 결과를 되돌리는 길은, 절차법의 틀 안에서 매우 좁다.
본안 대신 열린 또 하나의 문
그렇다고 의뢰인이 무방비로 손해를 떠안는 것은 아니다. 유족은 본안 재개에는 실패했지만, 권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달 최종 승소했다. 위임계약상 변호사가 부담하는 주의의무를 어겼다면, 그로 인한 손해를 별도의 책임 소송으로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다.
즉 '진 재판 자체'와 '변호사의 책임'은 서로 다른 트랙에서 다뤄진다. 하나가 막혔다고 다른 하나가 닫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불이익을 봤다면, 두 갈래를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첫째, 본안 절차를 되돌리는 길은 좁으므로 기일·통지·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는 것이 현실적 방어다. 둘째, 결과가 이미 굳었더라도 변호사의 주의의무 위반이 손해로 이어졌다면 손해배상이라는 별도 경로가 남는다. 위임 경위, 불출석 사실, 그로 인한 결과를 입증할 기록을 확보해 두는 것이 출발점이다.
참고·출처
- 끝내 유족 패소로 종결된 '변호사 노쇼' 학폭 재판 · 에펨코리아
- 경향신문 2026.6.24 기사 · 경향신문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