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러 온다더니"… 동의 없이 문 열면 주거침입
합의서에 '방문 가능' 문구가 있어도, 거주 중 임차인의 개별 동의 없는 출입은 주거의 평온을 깬 불법행위다.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면서 합의서에 '7월 중 방문 가능'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다음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그때그때 알리거나 동의를 받지 않고 집에 들어갔다면, 그 문구 하나로 출입이 정당해질까.
전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정선오)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2023가소18474)에서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는 앞선 형사재판에서 주거침입으로 벌금 400만원의 유죄를 받은 상태였다.
'방문 가능'은 백지 위임장이 아니다
핵심은 합의서의 문구를 어떻게 읽느냐다. '7월 중 방문 가능'은 방문의 시기를 정한 것일 뿐, 임차인의 개별 동의 없이 언제든 문을 열어도 된다는 포괄적 허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사건의 판단이다.
임대차 기간 중 그 집을 실제로 점유·사용하는 사람은 임차인이다. 주거의 평온과 사실상 지배는 임차인에게 있다. 소유권이 임대인에게 있다는 사실만으로 거주 중인 공간에 자유롭게 드나들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소유자여도 '주거침입'이 성립한다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는 소유자가 아니라 '사실상 평온을 누리는 사람'의 의사를 보호한다. 그래서 집주인이라도 세입자의 동의 없이 들어가면 침입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형사 유죄와 민사 위자료가 함께 인정된 이유다.
방문 목적이 '집을 보여 주기 위한 것'처럼 정당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목적의 정당성과 출입 방법의 적법성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임대인이라면 방문 전마다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알리고 동의를 받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안전하다. '언제, 몇 시에, 누구와 방문하겠다'는 문자 한 통이면 분쟁을 크게 줄인다.
임차인이라면 거주 중 무단 출입을 당했을 때 시점·정황을 메모하고 문자·통화 내역을 보관해 두는 것이 좋다. 다만 합의 내용과 사전 통지 여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