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320억 반환, 대법원이 뒤집은 한 문장

법원 가처분으로 막힌 계약은 '영영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것'이라는 판단이 320억을 갈랐다.

읽는 시간 1오승준 변호사 자문

3200억원짜리 주식 양도 협약이 있었다. 매수인은 계약을 붙잡아 두려 320억원을 미리 건넸다. 그런데 제3자가 낸 가처분이 계약의 발목을 잡았다. 주식을 넘길 수 없게 되자 매수인은 협약을 깨고 320억원과 위약벌을 요구했다. 문제는 하나였다. 가처분으로 멈춘 계약을, 이미 끝장난 계약으로 볼 수 있느냐다.

쟁점은 '이행불능'의 성격이었다

민법에서 이행불능(약속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태)은 계약 해제의 근거가 된다. 채무를 영영 이행할 수 없게 됐다면, 상대방은 계약을 풀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툼의 핵심은 이 '불능'이 확정적인지였다. 원심은 가처분으로 주식을 넘길 수 없게 된 상태를 이행불능에 가깝게 보고 매수인 측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320억원을 돌려주라는 결론이었다.

대법원 "가처분은 잠정적 효력일 뿐"

대법원 민사2부(주심 엄상필)는 2026년 3월 12일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24다205170). 가처분은 본안소송, 즉 주식양도 관련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만 효력을 갖는 일시적·잠정적 처분이라는 것이다.

논리는 이렇다. 가처분은 임시로 상태를 묶어 두는 장치다. 본안 결과에 따라 언제든 풀릴 수 있다. 그렇다면 가처분이 걸린 동안 이행이 막혔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 확정적으로 불능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일시적 장애를 두고 계약을 해제하고 거액을 회수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그래서 어떻게

계약 이행이 막혔다고 곧바로 해제 카드를 꺼내는 것은 위험하다. 그 장애가 '영구적'인지 '일시적'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특히 가처분·소송 등 법적 절차로 인한 정지는 본안 결과에 따라 되돌려질 수 있는 잠정 상태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 이 상태에서 해제와 반환을 청구하면, 이번 사건처럼 해제 자체가 무효로 뒤집힐 수 있다. 계약서에 이행 지체·불능의 판단 기준과 절차상 장애 발생 시 처리 방법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분쟁을 줄인다.

#이행불능#가처분#계약해제#대법원판례#위약벌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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