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공보수, 다시 유효가 될 수 있을까
2015년 전원합의체가 무효로 본 형사 성공보수를 하급심이 '개별 판단' 대상으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말한다. "무죄 받으면 3천만 원 더 드리겠습니다." 이 약속은 지켜야 할 계약일까, 처음부터 없던 일일까. 최근 형사 성공보수 약정을 유효로 본 하급심 판결이 또 나오면서, 10년 전 대법원이 그은 선이 흔들리고 있다.
2015년, 대법원은 왜 무효라 했나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 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판단했다. 형사 변호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돕는 공적 성격이 강한데, '이기면 얼마'라는 조건이 붙으면 변호사가 수사·재판 결과를 두고 의뢰인과 이해를 같이하게 되고, 사법의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취지였다.
핵심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민법 제103조)이라는 잣대였다. 약정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단은 이후 형사 성공보수를 사실상 봉쇄하는 기준으로 작동해 왔다.
하급심이 다시 문을 여는 이유
최근 하급심은 결이 다르다.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변호사의 공공성을 해친다고 볼 수는 없으니, 일률적으로 무효라 할 게 아니라 개별·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약정의 금액, 경위, 수임 내용에 따라 유효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같은 취지의 항소심 판결(서울중앙지법 2025나7739)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번에 확정된 사건은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굳어졌다. 다만 하급심 판단이 쌓인다고 해서 2015년 전원합의체 법리가 바뀐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계류 사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떻게
지금 형사 성공보수를 약정한다면, 유효와 무효 사이 회색지대에 있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 대법원의 원칙적 입장은 여전히 무효이고, 하급심의 유효 판단은 개별 사정에 기댄 것이다. 약정을 맺을 계획이라면 착수금과 성공보수의 구분, 금액의 합리성, 성공의 기준을 계약서에 명확히 남겨 두는 편이 분쟁 위험을 줄인다. 이미 다툼이 생겼다면 약정 무효만 믿고 방치하지 말고, 개별 사정으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는 게 안전하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