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계약 깨질 때 배상, '법 조항'보다 계약서가 먼저다

위임계약 임의해지 배상 근거인 민법 제689조는 임의규정, 당사자 약정이 우선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읽는 시간 2오승준 변호사 자문

원단 도매업자 A씨는 2011년 11월 대기업과 영업 위임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3개월 전 서면 통지로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계약이 끝난 뒤 A씨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다툼은 배상 여부를 무엇으로 판단할지로 좁혀졌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는 1월 8일 이 사건(2025다215829)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민법 제689조는 '깨져도 되는' 규칙이다

위임계약은 당사자 누구든 언제든 해지할 수 있다. 민법 제689조가 이를 정한다. 다만 상대가 불리한 시기에 해지하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 문제는 이 조항의 성격이다. 대법원은 제689조를 임의규정(당사자가 합의로 다르게 정할 수 있는 규정)으로 봤다. 강행규정(합의로도 못 바꾸는 규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해지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을 계약으로 미리 정했다면 그 약정이 민법 조항보다 먼저 적용된다. 법에 적힌 배상 규칙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계약서 한 줄이 배상의 틀을 바꾼다

이 사건에서 계약서에는 '3개월 전 서면 통지 해지' 조항이 있었다. 이런 약정이 있다면, 절차를 지킨 해지의 효력과 배상 범위는 우선 계약서 문언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원심이 민법 제689조를 곧바로 적용한 것과 결이 다르다. 파기환송의 취지가 여기에 있다.

물론 약정이 있다고 모든 배상이 배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 판단은 계약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거래·영업·위탁 계약을 맺는다면 해지 조항을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해지 사유가 무엇인지. 둘째, 통지 기간과 방식(서면·기간)이 정해져 있는지. 셋째, 해지 시 손해배상이나 위약금을 어떻게 처리한다고 적었는지. 이 항목이 비어 있으면 민법의 기본 규칙이 적용되지만, 적어 두면 그 약정이 앞선다. 계약을 끊는 쪽이든 당하는 쪽이든, 먼저 펼쳐 볼 것은 조문집이 아니라 자신이 서명한 계약서다.

#위임계약#계약해지#손해배상#민법689조#대법원판례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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