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재판받아 형이 더 무거워졌다면
동시에 재판했더라면 나왔을 형과의 형평을 따지지 않은 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의 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사정상 어떤 사건은 이미 판결이 확정됐고, 나머지 사건은 뒤늦게 따로 재판대에 올랐다. 이 두 사건이 처음부터 한 법정에서 함께 다뤄졌다면 형은 더 가벼웠을까. 대법원은 이 물음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고 봤다.
나눠 재판받으면 왜 불리해지나
형법 제37조 후단은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저지른 다른 죄를 경합범(여러 죄를 함께 심판하는 관계)으로 다루도록 정한다. 원래 한꺼번에 재판했다면 하나의 형으로 묶여 상한이 조정됐을 사건이, 시차를 두고 갈라지면서 형이 각각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형법 제39조 제1항은 이런 경우 '아직 판결받지 않은 죄'에 형을 정할 때, 앞서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도록 한다. 피고인이 재판 순서라는 우연 때문에 불이익을 떠안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대법원이 위법으로 본 지점
이번 판단의 핵심은 절차다. 법원이 별건으로 확정된 판결의 존재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형을 선고했다면, 동시에 재판했을 때의 형평을 판단할 근거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런 형 선고를 위법하다고 봤다. 확정판결의 존재는 형을 정하는 데 직접 영향을 주는 사정이므로, 이를 심리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양형 판단의 토대를 빠뜨린 흠이라는 취지다.
다만 형평 고려가 곧 감경 의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반영할지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여러 사건이 시기를 달리해 진행 중이라면, 피고인과 변호인이 먼저 확정판결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편이 안전하다. 판결문·확정증명원을 갖춰 '동시 재판이었다면'의 기준을 법정에 명확히 올려야 형평 고려가 실질적으로 이뤄진다. 이미 이 쟁점이 반영되지 않은 채 형이 선고됐다면, 항소·상고 단계에서 제39조 제1항 위반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