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몰래 받은 대출, 왜 사기죄가 아닐까
사람을 속여야 사기다. 기계는 기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타인의 명의나 정보를 이용해 앱으로 카드론 대출을 받았다. 돈은 실제로 계좌에 들어왔다. 상식적으로는 '사기'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런 사안(2024도18441)에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속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기죄의 출발점은 '사람을 속이는 것'
사기죄(형법 제347조)의 핵심은 기망행위다. 기망이란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착오는 판단하는 주체가 있어야 성립한다. 사람은 속아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전산시스템은 입력된 조건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할 뿐이다.
앱을 통한 대출은 아이디와 비밀번호, 인증정보 같은 조건이 맞으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승인한다. 그 과정에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속을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기계는 기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전통적 법리를 재확인했다.
처벌을 안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사기죄가 아니다'가 '죄가 아니다'는 아니다. 우리 형법은 사람을 속이는 사기죄와 별개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정보를 입력해 이익을 얻는 행위를 컴퓨터등사용사기죄(형법 제347조의2)로 따로 규정한다. 타인의 명의·정보를 무단 이용한 정황에 따라 다른 죄가 적용될 여지도 있다. 어떤 죄로 의율되는지는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이 판결은 김정환 연세대 교수가 2025년 대법원 형사판결 171건 중 24개를 엄선한 '2025년도 형법 판례 회고'에서 소개됐다.
그래서 어떻게
비슷한 사건에 휘말렸다면 '사기냐 아니냐'만 따질 일이 아니다. 핵심은 그 행위에 사람의 판단이 개입했는지, 아니면 순수하게 기계가 처리했는지다. 대면 대출 상담원을 속였다면 사기죄가, 앱이 자동 처리했다면 다른 죄목이 문제 될 수 있다. 죄명이 달라지면 성립 요건과 방어 논리도 완전히 달라진다. 조사 초기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어떤 조문으로 접근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실전에서 가장 중요하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