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받았으니 끝? 헌재가 깬 위자료의 시효
화해간주조항 위헌결정일까지는 권리 행사가 불가능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18 희생자와 부상자의 유족 23명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했다. 쟁점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미 보상금을 받았는데 또 청구할 수 있느냐", 그리고 "청구할 수 있다면 시효가 지나지 않았느냐"였다. 2026년 4월 30일 대법원 민사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원고 일부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다311341).
닫혀 있던 문, 위헌으로 열리다
과거 법에는 보상금을 받으면 그 사건에 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있었다. 화해가 성립하면 더는 다툴 수 없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한꺼번에 정리된 것으로 본 것이다. 이 조항 탓에 유족들은 위자료를 청구할 길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
그 문은 2021년 5월 27일 위헌결정으로 열렸다. 보상금이 정신적 손해까지 메웠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위헌으로 효력을 잃은 조항은 더 이상 청구를 가로막지 못한다.
시효 시계는 언제부터 돌았나
남은 문제는 소멸시효(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뒤 사라지는 제도)였다. 국가는 시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맞섰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화해간주조항이 버티고 있는 동안에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권리 행사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했던 기간은 시효 진행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리의 핵심이다. 따라서 시효의 시계는 장애가 풀린 위헌결정일, 즉 2021년 5월 27일부터 다시 돌기 시작한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청구권은 아직 소멸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어떻게
핵심은 하나다. 위헌결정으로 청구의 길이 열린 사안이라면, 시효 기산점을 '사건 당시'가 아니라 '장애가 해소된 시점'으로 따져 봐야 한다. 비슷한 처지의 유족이라면 위헌결정일을 기준으로 시효가 남았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다만 개별 사건의 보상금 수령 경위와 청구 시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어, 서류를 갖춰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