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에게만 수술 설명했다면, 설명의무 위반일까
환자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데 가족에게만 설명했다면, 그 설명은 법적으로 '없던 것'이 될 수 있다.
- 환자 본인에게 판단능력이 있으면 설명은 본인에게 해야 한다
- 가족 동의서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 수술 전 본인이 직접 설명을 들었는지 기록으로 확인하라
심장 혈관에 가느다란 관을 넣어 넓히는 관상동맥중재술을 앞둔 환자가 있었다. 의료진은 시술의 위험성을 환자가 아닌 배우자에게만 설명했다. 환자 본인은 의식이 또렷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였다. 광주지방법원은 이를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고 위자료 2천만원 지급을 명했다. 가족에게 설명했으니 됐다는 관행에 제동을 건 판단이다.
설명의무의 상대방은 가족이 아니라 환자 본인이다
의료진의 설명의무란 환자가 수술·시술을 받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위험성과 대안을 알려 줄 의무를 말한다. 이 의무의 핵심은 '자기결정권'에 있다. 자기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받을지 말지를 스스로 고르는 권리다.
그렇다면 설명을 들어야 할 사람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 즉 환자 본인이다. 배우자나 자녀가 아무리 가깝다 해도 환자 본인의 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 환자 본인에게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한, 설명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으로 고정된다. 가족에게만 설명하고 환자를 건너뛰면, 설명을 했더라도 법적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주목한 지점도 여기다. 환자가 설명을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사실이 전제였다. 그 전제가 있는 한 배우자에게 한 설명은 환자 본인에 대한 설명을 대체하지 못한다.
가족에게만 설명하면 처벌받나요?
설명의무 위반은 형사처벌의 문제가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어겼다고 해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한 데 대한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 책임은 질 수 있다. 이번 판단에서 2천만원이 인정된 것도 이 위자료다. 주의할 점은,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와 시술 자체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은 별개라는 것이다. 시술이 의학적으로 적절했더라도, 설명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면 그 하자만으로 책임이 생길 수 있다.
본인 설명이 면제되는 예외는 있나
원칙에는 예외가 따른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응급 상황이어서 즉시 판단을 구할 수 없는 때, 환자 본인에게 설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때에는 가족 등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방식이 허용될 수 있다.
또 환자가 스스로 '설명을 듣지 않겠다'거나 '가족에게 설명해 달라'고 명확히 의사를 밝힌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예외는 사실관계에 따라 좁게 인정되는 편이다. 환자가 멀쩡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편의상 가족에게만 설명하는 것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환자와 보호자라면 수술·시술 전에 '본인이 직접' 위험성과 대안을 설명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 누가 설명을 들었고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록으로 남겨 두면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중요한 근거가 된다.
만약 환자 본인은 설명을 전혀 듣지 못한 채 가족 동의만으로 시술이 진행됐다면, 설명의무 위반을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 이때는 진료기록과 동의서, 설명 당시 환자의 상태를 함께 따져야 한다. 환자에게 판단능력이 있었는지가 책임 성립의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다툼이 예상된다면 진료기록 사본을 먼저 확보해 전문가와 상담하는 편이 안전하다.
자주 묻는 질문
가족이 동의서에 서명했는데도 설명의무 위반이 되나요?
환자 본인에게 판단능력이 있었다면 가족의 서명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동의서 서명자가 누구인지와 별개로, 설명을 실제로 들어야 할 사람은 결정을 내리는 환자 본인입니다. 본인이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면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설명의무를 어기면 시술 과실도 함께 인정되나요?
두 가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시술 자체가 의학적으로 문제없이 이뤄졌더라도, 설명 절차에 하자가 있으면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책임이 따로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설명을 충분히 했어도 시술 과실이 있으면 그에 대한 배상 책임은 별도로 판단됩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으면 가족에게 설명해도 되나요?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응급으로 즉시 판단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족 등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방식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예외는 좁게 인정되며, 환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본인 설명이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