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의 명예도 지켜진다, 회고록 9년 소송
대법원이 사자 명예훼손 배상·출판금지 청구권자 범위를 유족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처음 밝혔다.
고인이 된 신부를 왜곡된 표현으로 다룬 회고록을 두고 9년간 다툰 소송이 마무리됐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흥구)는 2월 12일 5·18 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원심을 확정했다(2022다284711). 이순자·전재국 씨는 7천만 원을 배상하고, 회고록 속 왜곡된 표현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배포가 금지된다.
죽은 사람의 명예, 누가 지킬 수 있나
이번 판결의 핵심은 배상 액수가 아니라 '누가 청구할 수 있느냐'다. 사자(死者·죽은 사람) 명예훼손이 문제될 때, 그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배상이나 출판금지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대법원이 처음으로 정리했다.
종전에는 언론중재법이 정한 '유족'(배우자·직계존비속 등) 개념에 기대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자 명예훼손의 청구권자가 언론중재법상 유족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이번에 설시했다. 고인과의 관계에 따라 인격적 이익을 침해받은 사람이라면 더 넓게 구제받을 여지를 열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사자의 인격권
산 사람의 명예훼손과 달리,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은 스스로 반박할 수 없다. 회고록·평전처럼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저작은 표현의 자유와 맞닿아 있어 판단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법원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린 부분에 대해서는 삭제와 배상을 명했다. 표현의 자유가 넓게 보장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왜곡을 사실인 양 기술하는 것까지 보호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래서 어떻게
고인에 관한 글이 허위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느낀다면, 청구 자격을 유족의 좁은 범위로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관건은 '의견'이 아니라 '허위의 사실 적시'인지, 그리고 그것이 특정 고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는지다. 소송을 검토한다면 문제 표현이 사실 주장인지 평가인지, 그 사실이 허위임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