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상속

'종손' 자리는 사고팔 수 없다

제사와 분묘를 넘기기로 한 형제간 합의가 왜 법정에서 무효가 됐나.

읽는 시간 1채우리 변호사 자문

장남이 세상을 떠났다. 남은 것은 선산의 분묘 여러 기, 그리고 대대로 이어온 제사였다. 차남이 나섰다. 죽은 형의 아들, 즉 조카와 마주 앉아 '앞으로 분묘와 제사는 내가 맡겠다'는 합의서를 썼다. 조카도 동의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 합의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제사 지위는 '물건'이 아니다

대법원은 승계합의가 있었더라도 종손(집안의 대를 잇는 맏손자) 지위는 양도할 수 없다고 봤다. 핵심은 분묘와 제사를 주재할 지위가 개인 간 계약으로 사고팔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 민법은 제사용 재산, 즉 분묘가 있는 토지와 족보·제구 등의 승계를 일반 상속과 분리해 다룬다.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하도록 정한다. 그런데 이 지위는 당사자가 마음대로 주고받는 재산권이 아니라, 관습과 혈연 질서 위에서 정해지는 신분적 성격을 갖는다. 그래서 '내가 넘겨줄 테니 네가 가져라'는 식의 합의만으로는 지위가 이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로 알려져 있다.

합의가 있어도 넘어가지 않는 이유

재산은 계약으로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조상의 제사를 주재하고 분묘를 관리할 자격이 있는지는 계약의 영역 밖이다. 이번 사안에서 차남과 조카의 의사가 일치했다는 점은 다투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효가 된 것은, 합의의 내용 자체가 법이 허용하지 않는 대상을 다뤘기 때문이다.

다만 제사 주재자를 정하는 문제는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공동상속인 사이 협의가 있는지, 협의가 안 될 때 누가 우선하는지는 개별 사정을 따져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선산과 제사를 두고 가족끼리 각서나 합의서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종손 지위를 넘긴다'는 문구는 그 자체로 효력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넘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다. 분묘가 있는 토지의 소유권 이전, 관리 비용 분담 같은 '재산 문제'는 합의로 정리하되, 제사 주재자 자격은 별개의 법적 판단 대상임을 전제로 접근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상속#제사#분묘#종손#가족분쟁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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