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이후의 생활까지 묻는 변호사, 유지은
이혼·상속을 다루는 법률사무소 카라 유지은 대표변호사. 충분히 듣고, 선택을 설명하고, 사건이 끝난 뒤의 생활까지 살피는 법률 조력에 관해 물었다.
- 법률 조력은 법정에 가기 전, 당사자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된다.
- 충분히 듣고 이해한 내용을 다시 확인한다. 위험을 설명하되 최종 선택은 의뢰인의 몫으로 남겨둔다.
- 좋은 결과의 기준은 판결 이후까지 이어진다. 실제 이행 가능성과 생활, 당사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상담을 함께 살핀다.
법을 몰라 자신의 억울함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을 돕고 싶었다. 유지은 변호사가 처음 법률가를 꿈꾸며 떠올렸던 모습이다. 실제 업무에서 그가 마주한 조력의 출발점은 법정에 서기 전에도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리하고,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함께 확인하는 일이다.
이혼과 상속을 다루는 유 변호사는 법률적인 판단과 당사자의 생활을 함께 살핀다. 재산을 둘러싼 다툼 뒤에 가족관계가 있고, 원하는 결과를 말하는 사람에게도 당장의 주거와 생활비, 돌봄 같은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결과에는 판결의 내용뿐 아니라 실제 이행 가능성과 사건 이후의 생활이 포함된다.
가족상담과 심리상담을 공부하며 달라진 질문, 의뢰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기준, 의료기관 자문과 장애인 법률지원에서 돌아본 설명의 방식까지. 법률사무소 카라의 유지은 변호사에게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법률적인 선택으로 연결하는 과정에 관해 물었다.
법정에 가기 전, 법률 조력이 시작되는 자리
Q. 처음 법률가가 되기로 했을 때, 어떤 사람을 돕는 모습을 상상하셨나요? 지금 하는 일은 그때의 생각과 얼마나 닮아 있나요?
처음에는 억울한 일을 겪었지만 법을 몰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을 돕는 모습을 많이 떠올렸어요. 당시에는 법정에서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권리를 지켜주는 장면을 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일해보니 법정에 가기 전의 과정도 그만큼 중요했어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찾아오는 분도 있고, 자기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 모르는 분도 있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선택 가능한 길을 보여주는 일부터 법률 조력이 시작됩니다. 제가 처음 상상했던 모습과 구체적인 방식은 조금 달라졌지만, 혼자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려운 사람의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닮아 있다고 봅니다.
Q. 여러 분야 중 이혼과 상속을 중심에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분야가 자신에게 맞는다고 느끼게 한 경험이 있었나요?
이혼과 상속은 법률관계만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분야예요. 같은 재산분할이나 상속재산분할이라도 그 재산이 만들어진 과정과 가족관계에 따라 당사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달라집니다. 사건을 계속 맡으면서 법리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과 당사자의 말을 충분히 듣는 일이 함께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감정에 휩쓸리면 판단이 흐려지지만, 감정을 무시하면 사건의 핵심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내용을 구분하면서도 전체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이 제 성향과 맞았던 것 같아요. 한 사건의 승패로 끝나지 않고 그 이후의 생활까지 연결된다는 점도 이 분야를 계속 공부하게 만든 이유입니다.
Q. 변호사·변리사·세무사 자격을 갖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실제 업무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 연결되어 도움이 된 순간이 있었나요?
가족 간의 재산 문제를 다루다 보면 법률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전체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재산분할이나 상속재산에 부동산과 예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 지분, 사업과 관련된 권리, 특허나 상표권이 포함되기도 하고, 재산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세금 문제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변리사와 세무사 분야의 지식은 어떤 문제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지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자격이 있다고 모든 문제를 혼자 판단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별도의 평가나 세무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전문가와 연결하는 것까지가 종합적인 조력이라고 생각해요.
Q. ‘카라’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사무소를 만들 때 의뢰인에게 어떤 곳으로 기억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법률사무소라고 하면 어렵고 긴장되는 공간부터 떠올리는 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름을 정할 때도 지나치게 무겁거나 공격적인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의뢰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꺼낼 수 있으면서도, 법률적인 판단은 정확하게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기를 바랐어요. 무조건 괜찮다고 위로하거나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는 곳보다는, 현재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필요한 준비를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곳이었으면 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고, 사건이 끝난 뒤에는 다시 자기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사무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충분히 듣기 위해 바꾼 질문들
Q. 상담 분야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법률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사사건을 맡다 보면 법적으로는 같은 질문이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전혀 다를 때가 있어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빨리 끝내주세요”라는 말도 충분히 숙고한 결정일 수 있고, 너무 지쳐서 더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법률적인 답만 빠르게 제시해서는 그 차이를 알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족상담과 심리상담 분야를 공부하고 관련 자격을 갖추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변호사가 심리상담사나 의료인의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상담 공부는 사람의 마음을 진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고 필요한 질문을 하기 위한 공부에 가깝습니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영역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Q. 상담을 공부하기 전과 후, 의뢰인에게 묻는 질문이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물었지만 지금은 묻지 않는 질문, 반대로 새로 하게 된 질문이 있나요?
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어떤 결과를 원하시나요”처럼 사건의 내용과 목표를 바로 확인하려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그보다 먼저 “현재 가장 급한 문제가 무엇인가요”, “안전이나 생활에 당장 영향을 주는 일이 있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이혼 상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재산이 가장 큰 문제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주거, 생활비 또는 아이의 돌봄이 먼저일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왜 그때 바로 대응하지 않았나요”처럼 지나간 선택을 평가하는 듯한 질문은 조심합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을 수 있거든요.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되, 질문 자체가 비난으로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의뢰인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자신의 해석이 틀렸음을 알게 된 적이 있나요? 그 뒤로 듣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구체적인 사건의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처음 들은 설명만으로 문제의 우선순위를 잘못 이해했던 경험은 있습니다. 당사자가 재산 문제를 길게 이야기해서 금전적인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자료와 추가 상담을 통해 실제로는 상대방과 직접 마주쳐야 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는 걸 알게 되는 식이죠. 그 뒤로는 제가 이해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확인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되는데 맞습니까?”라고 되묻는 거예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반드시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니까요. 당사자가 말한 사실과 제가 해석한 의미를 구분하려고 합니다.
선택은 의뢰인의 몫, 결과는 생활로 이어져야
Q. 의뢰인이 원하는 선택과 변호사로서 권하고 싶은 선택이 다를 때, 어디까지 설득하고 어디에서 멈추시나요?
먼저 제가 다른 선택을 권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합니다. 법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계속 진행했을 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어떤 부담이 남는지도 말씀드려야 해요. 특히 자녀의 안전이나 회복하기 어려운 권리 포기와 관련된 문제라면 더 분명하게 의견을 밝힙니다.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위험까지 이해한 뒤 내린 결정이라면 최종 선택은 의뢰인의 몫입니다. 변호사의 역할은 자기 판단에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알고 결정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위법하거나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요구까지 대리할 수는 없습니다.
Q. 처음 변호사가 됐을 때의 ‘좋은 결과’와 지금 생각하는 ‘좋은 결과’는 같은가요? 그 기준을 바꾼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승소 여부와 판결문에 적힌 금액을 중심으로 결과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고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기본입니다. 다만 사건을 계속 맡으면서 판결을 받는 것과 문제가 실제로 해결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도 집행 가능성이 낮을 수 있고, 양육에 관한 결정을 받아도 아이의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지 정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법률적인 결과뿐 아니라 이행 가능성과 사건 이후의 생활까지 함께 봅니다. 의뢰인이 사건이 끝난 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자기 생활로 돌아갈 수 있어야 좋은 결과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Q. 이혼과 상속을 다루는 일이, 본인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나요? 더 자주 하게 된 말이나 조심하게 된 말이 궁금합니다.
가족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생각을 조심하게 됐어요. 상속 분쟁을 보면 각자 부모를 위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서로 무엇을 했고 어떤 부담을 느꼈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중요한 문제를 짐작에 맡기지 않으려고 해요.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라고 말하기보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묻고, 돈이나 돌봄처럼 불편한 주제도 필요한 때에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화가 난 상태에서 관계 전체를 평가하는 말은 조심하게 됐어요. 한번 나온 말이 오랫동안 가족의 기억에 남아 분쟁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니까요.
설명하는 시간과 끝까지 확인하는 책임
Q. 남의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 일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이나 습관은 무엇인가요? 일과 거리를 두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일과 거리를 잘 두는 편은 아닙니다. 대표변호사이다 보니 사건을 처리하는 일 외에도 상담과 서면 검토, 사무소 운영, 직원 관리처럼 직접 챙겨야 할 일이 많아요. 아침에 업무를 시작해 밤늦게까지 일하고, 잠들었다가 다음 날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 평소의 생활에 가깝습니다. 퇴근했다고 해서 진행 중인 사건의 쟁점이나 의뢰인에게 설명해야 할 내용이 머릿속에서 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특별한 습관이 있다기보다, 제 생활 자체가 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할 것 같습니다. 반드시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가족과 재산, 앞으로의 생활이 걸린 일을 맡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내려놓지는 못합니다. 사건을 맡은 이상 마지막까지 직접 확인하고 책임지는 것이 제가 지금까지 일해온 방식입니다.
Q. 공식 프로필에는 없지만, 유지은이라는 사람을 이해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공식 프로필에는 자격이나 경력이 먼저 나오지만, 실제로는 설명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상담 과정에서 반복해서 받았던 질문을 정리해 글을 쓰고, 이혼과 상속에 관한 영상을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시작했습니다. 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자신의 문제를 전혀 판단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저 역시 모든 답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확인할 내용은 확인하고,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고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경력이 쌓일수록 빨리 답하는 사람보다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직과 개인, 서로 다른 설명에 같은 원칙을
Q. 여러 의료기관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주로 어떤 문제를 자문하시며, 이혼·상속 업무와 예상 밖으로 연결되는 부분도 있나요?
의료기관도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계약과 노무, 개인정보, 환자와의 분쟁 등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법률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에 대한 자문을 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제 전문분야인 이혼·상속 업무와 의료자문은 별개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요, 장애가 있거나 치매가 있을경우의 의사능력, 성년후견, 진료기록, 사망 전 재산처분처럼 건강 상태와 가족관계가 함께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Q. 의료기관에 법률 자문을 할 때와 가족 문제로 찾아온 개인을 상담할 때, 설명 방식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의료기관 자문에서는 조직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쟁점과 위험, 대응 순서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편입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문서와 절차를 명확하게 남기는 것도 중요하고요. 개인의 이혼이나 상속 상담에서는 같은 법률 설명이라도 그 사람이 처한 생활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법적으로 가능한 선택지가 있어도 현재 주거와 경제상황, 자녀 문제 때문에 바로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다만 설명 방식이 다르다고 판단 기준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확인된 사실과 추정되는 부분을 구분하고, 불리한 가능성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원칙은 같습니다.
Q. 장애인 법률지원 활동을 하면서, 평소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담 방식이나 절차를 다시 보게 된 적이 있나요?
법률용어를 쉽게 바꾸는 것만으로 접근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빠른 설명이 어렵고, 누군가에게는 서류를 읽거나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가 장벽이 될 수 있어요. 상담 장소와 시간, 의사소통 방법, 동석한 지원인의 역할까지 먼저 확인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의사를 대신 판단하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본인에게 직접 묻고,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효율적이라고 여겼던 절차가 어떤 사람에게는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