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2026.10.04 Sun
LAWNALD

로날드

오늘의 사건을, 법의 언어로

매일 5건 · 편집진 검수 후 공개

집주인이 도배·장판 늦게 고쳐줬다, 얼마 받나

수선 지연 배상액은 교체 공사비가 아니라 집을 제대로 못 쓴 손해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문변호사오승준· 법무법인 액시스 대표변호사
Published — 2026.10.04읽는 시간 2분
At a Glance한눈에 보기
  • 수선 지연 배상은 공사비가 아니라 '못 쓴 손해' 기준이다
  • 집주인에겐 수선 의무가 있고 지연 시 손해배상 책임이 생긴다
  • 수선 요청·하자 증거를 날짜별로 남겨 두는 것이 먼저다

곰팡이가 번진 벽지, 들뜬 장판을 몇 달째 참고 지냈다. 집주인에게 여러 번 연락했지만 공사는 자꾸 미뤄졌다. 세입자는 묻는다. 결국 내 돈으로 고쳤는데, 그동안 겪은 불편은 누가 보상하나. 최근 한 법원은 이 질문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임대주택 도배·장판 보수가 늦어져 생긴 손해배상액은 '자재 교체 비용'이 아니라 '집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주인에게 수선 의무가 있나

있다. 민법은 임대인(집주인)에게 임차인(세입자)이 그 집을 계약 목적대로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유지해 줄 의무를 지운다. 이를 수선의무라 한다. 벽지에 곰팡이가 피거나 장판이 훼손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정도라면, 원칙적으로 집주인이 고쳐 줘야 한다.

다만 모든 하자가 집주인 몫은 아니다. 전구 교체나 간단한 소모품처럼 세입자가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사소한 손상은 제외되는 것이 보통이다. 반대로 거주 자체를 방해할 정도의 하자는 집주인의 수선 대상에 들어간다. 세입자의 과실로 생긴 파손이라면 책임 주체가 달라질 수 있어, 하자의 원인을 가리는 일이 먼저다.

수리 안 해주면 얼마를 받나

여기서 이번 판단의 핵심이 나온다. 수선이 늦어졌다고 해서 배상액이 곧바로 '교체 공사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사비는 어차피 집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집주인이 부담했어야 할 비용이다. 세입자가 입은 '손해'와는 결이 다르다.

법원이 주목한 것은 세입자가 하자 때문에 그 집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부분이다. 곰팡이 때문에 방 하나를 쓰지 못했다거나, 보수가 지연된 기간만큼 주거의 질이 떨어졌다면 바로 그 불이익이 배상의 대상이 된다. 산정 방식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지만, 못 쓴 공간과 기간을 임대료 수준에 견주어 가늠하는 접근이 쓰인다. 즉 '얼마짜리 공사였나'가 아니라 '얼마나, 얼마 동안 못 썼나'가 기준이다.

내가 먼저 고쳐도 비용을 받을 수 있나

받을 수 있다. 집주인이 수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세입자가 직접 고치고 든 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필요비 상환청구라 한다. 이 경우 세입자가 쓴 수리비는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수리비 상환과 '지연 손해배상'은 별개 문제다. 수리비를 돌려받았다고 해서 그동안 불편을 감수한 손해까지 자동으로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집주인이 수선을 지체했다는 사실, 그로 인해 세입자가 실제로 불이익을 입었다는 사실을 세입자가 증명해야 한다. 막연히 '불편했다'는 호소만으로는 인정이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할까

증거를 남기는 일이 승패를 가른다. 하자가 생긴 순간부터 사진과 동영상을 날짜가 드러나게 찍어 둔다. 집주인에게 수선을 요청할 때는 통화보다 문자나 메신저를 써서, 언제 어떤 하자를 알렸고 집주인이 어떻게 답했는지 기록으로 남긴다. '언제 요청했는데 언제까지 방치됐다'는 시간표가 지연 손해의 뼈대가 된다.

급하게 직접 공사를 해야 한다면, 견적서와 영수증을 챙기고 공사 전후 상태를 함께 기록한다. 배상을 요구할 때는 공사비 전액을 손해로 내세우기보다, 못 쓴 공간과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시하는 편이 설득력이 높다. 분쟁이 커지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먼저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03

집주인이 수리를 미루면 월세를 안 내도 되나요?

하자의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주거가 상당 부분 불가능할 만큼 심각하다면 그 비율만큼 차임 감액을 주장할 여지가 있지만, 일방적으로 월세를 끊으면 오히려 연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감액 주장도 하자 범위와 기간을 증거로 뒷받침해야 안전합니다.

손해배상 청구에 기간 제한이 있나요?

수리비 상환청구(필요비)는 비교적 짧은 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있어, 계약이 끝났다면 미루지 말고 서둘러 청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은 별도의 소멸시효가 문제 되므로, 다툼이 길어질수록 증거 확보와 조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세입자 실수로 생긴 하자도 집주인이 고쳐주나요?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세입자의 과실로 생긴 파손은 세입자가 원상회복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노후나 구조적 결함처럼 사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하자는 집주인의 수선 대상이 되므로, 원인을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관련 기사

Related — 03

Disclaimer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