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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깨졌으니 돈 못 준다"가 안 통하는 이유

가압류된 채권을 당사자끼리 합의해제로 없앴다 해도, 가압류 채권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자문변호사오승준· 법무법인 액시스 대표변호사
Published — 2026.10.04읽는 시간 3분
At a Glance한눈에 보기
  • 가압류 뒤 합의해제했어도 제3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대항 못 한다
  • 법정해제·원래부터 무효인 계약 등 예외는 사실관계로 갈린다
  • 채권 가압류 뒤엔 상대들의 '사후 해제'를 경계해 증빙을 챙겨라

A가 B에게 물건을 납품하고 받을 대금 1억원이 있다. B의 채권자 C는 이 대금채권을 가압류했다. 그러자 A와 B가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며 합의해제한다. 이제 B는 A에게 돈을 안 줘도 되고, C는 가압류해 둔 채권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일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오래된 '빠져나갈 구멍'을 닫는 쪽으로 정리했다.

가압류 후 합의해제, 채권자에게 통하나

결론부터 보면, 원칙적으로 통하지 않는다. 채권 가압류(돈 받을 권리를 임시로 묶어 두는 보전처분)가 이뤄진 뒤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그 계약을 합의해제하더라도, 제3채무자는 "계약이 해제돼 줄 돈이 없다"고 가압류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용어를 정리해 두자. 위 사례에서 돈을 실제로 쥔 A가 '제3채무자', 그 돈을 받을 B가 '채무자', B에게 받을 게 있어 B의 채권을 묶은 C가 '가압류 채권자'다. 가압류의 핵심은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서 돈을 받아 가거나, 그 권리를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묶어 두는 데 있다.

합의해제는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해 계약을 푸는 것이다. 문제는 이 합의가 '가압류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가압류로 이미 묶인 권리를 당사자끼리의 사후 합의로 없애 버린다면, 보전처분 자체가 무력해진다. 전원합의체는 이런 처분이 가압류 채권자를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봤다.

왜 '합의'해제는 막고 봤나

관건은 권리가 사라진 '시점'과 '원인'이다. 가압류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적법하게 소멸한 채권이라면 애초에 묶일 게 없었다. 반면 가압류로 채권이 묶인 뒤, 당사자들이 자유의사로 합의해 그 채권을 없앤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합의해제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처분행위'의 성격을 띤다. 가압류는 바로 그 처분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다.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손잡고 사후에 계약을 지우면, 성실하게 보전절차를 밟은 채권자만 손해를 본다. 이런 결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판단의 바탕이다.

합의해제하면 무조건 돈을 줘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핵심은 '합의에 의한' 사후 소멸을 막는 데 있다. 당사자의 합의가 아니라 법이 정한 사유로 계약이 풀리는 경우, 즉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 등은 성질이 다르게 평가될 여지가 있다. 이때는 계약을 지우는 원인이 당사자의 자유로운 처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가압류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소멸했거나, 계약 자체가 처음부터 무효·취소 사유를 안고 있던 경우에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언제, 어떤 원인으로 채권이 사라졌는가'라는 사실관계가 승패를 가른다. 합의서에 적힌 날짜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나

채권을 가압류·압류하는 쪽이라면, 보전처분 이후 상대 당사자들이 벌이는 '사후 정리'를 경계해야 한다. 가압류 결정과 제3채무자 송달 시점을 명확히 기록으로 남기고, 송달 전후의 거래·입금 내역을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상대가 뒤늦게 합의해제를 들고나오면, 그 해제가 가압류 '이후'의 합의인지, 아니면 그 전의 법정해제나 애초의 무효 사유에 기댄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반대로 제3채무자 입장이라면, 가압류 통지를 받은 뒤에는 채무자와의 합의만으로 지급 의무를 벗을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다툼의 중심은 '시점과 원인'이며, 그 입증은 미리 쌓아 둔 서류에서 갈린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03

가압류 전에 계약을 해제했으면 돈을 안 줘도 되나요?

가압류가 들어오기 전에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돼 채권이 이미 사라졌다면, 묶일 권리 자체가 없었던 셈이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진짜로 그 시점에 해제됐는지'를 두고 다툼이 커지므로, 해제 통지와 날짜를 남긴 객관적 증빙이 중요합니다.

상대가 돈을 안 줘서 법정해제한 경우도 채권자에게 막히나요?

이번 판단이 겨냥한 것은 당사자끼리 합의해 채권을 지우는 '합의해제'입니다.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때문에 법이 정한 사유로 계약이 풀린 경우는 처분행위로 보기 어려워 다르게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해제의 성질과 원인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제3채무자인데 가압류 통지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통지를 받은 뒤에는 채무자와 합의해 계약을 없앴다는 이유만으로 지급을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섣불리 채무자에게 돈을 주면 이중으로 물게 될 수 있으니, 공탁 등 안전한 방법과 함께 전문가 상담을 거치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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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